한국일보

응급실 3시간 방문에 2만달러 내라니…

2018-07-04 (수) 12:00:00 안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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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F 여행왔던 한국인 청구서 받고‘경악’

▶ “아이 침대서 떨어져… 별 치료도 없었다”

건강보험이 없는 한국인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미국 종합병원 응급실의 터무니 없는 병원비 청구가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에 거주하는 박성진(39)씨 부부는 지난 2016년 샌프란시스코에 휴가를 왔다가 어이없는 일을 당했다. 호텔 방에서 8개월 난 아들이 침대에서 떨어져서 머리를 부딪혔는데, 눈에 보이는 외상은 없었지만 울음을 그치지 않자 걱정이 돼 911에 신고했다. 이에 앰뷸런스가 출동해 박씨 가족을 샌프란시스코 저커버그 종합병원으로 이송했다.

병원의 의사들은 아이가 코와 이마에 살짝 멍이 들었을 뿐 괜찮다고 진단했고 간단한 유동식을 처방했다. 그리고 몇 시간 후 박씨 가족은 완전 건강 증명서를 받아 퇴원했다.

그러나 2년 뒤 병원비 청구서가 박씨의 집으로 도착했을 때 박씨 부부는 경악했다. 총 3시간22분의 병원 방문으로 그들에게 청구된 금액은 무려 1만8,836달러. 이중 1만5,666달러는 ‘외상 치료 비용’이라는 명목으로 청구됐다.


박씨 부부는 인터넷 뉴스 매체 복스 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아이가 무슨 특별한 치료를 받은 것도 아닌데 이런 병원비를 달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들이 여행 당시 가입한 여행자보험 보상한도는 5,000달러에 불과하다.

‘외상 치료비용’은 응급실에 위급한 환자가 들어와 의료팀이 대기를 하는 상황에 환자에게 청구되는 비용이다. 그러나 복스 닷컴이 미국 전역의 1,400여 개 병원 응급실을 조사한 결과 많은 경우 이 명목으로 청구되는 비용이 터무니 없이 높으며 명확한 기준 없이 부과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스 닷컴에 따르면 미국에서 응급실 이용료는 최저 1,112달러(미주리)에서 최고 5만659달러(캘리포니아)까지 큰 편차를 보였다. UCSF 응급실 의사 르네 시아는 병원이 임의대로 외상 치료비용을 부과할 수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복수의 전문가들은 이런 터무니없는 비용 부과의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저커버그 병원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병원 대변인은 “우리 병원은 아주 인구가 밀집된 대도시에 위치한다”며 “차 사고와 총격 등으로 너무나 다양한 외상 환자들을 상대하기 때문에 거기에 모두 대응하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헬스케어 회사들이 2016년 응급실 외상 치료비 명목으로 병원에 지불한 평균 비용은 3,968달러로 평균적으로 환자에 청구되는 비용보다 현저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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