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통일’ 에 대한 생각

2018-06-28 (목) 12:00:00 이영묵 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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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에 대한 생각

이영묵 문인

근래의 한국 뉴스를 보니 아시안 게임에 남북한이 한 팀이 되어 출전하기 위해 남북한 정부 관계자들이 만났다는 것이다. ‘남북한 우리는 하나’라는 생각이 잠재의식 속에 녹아 있어서 이런 논의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으나, 이제는 다시 한 번 남북한이 한 팀을 만든다는 것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할 때가 된 것 같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남북의 종전선언, 평화협정의 성격은 ‘대한민국’과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이라는 두 나라 사이에 조약을 맺으려 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왜 이 두 나라가 한 팀이 되어 아시안 게임에 나가려는지 모르겠다. 이것은 마치 같은 앵글로색슨족이고 같은 영어를 쓰고 이웃에 있으니 미국과 캐나다가 한 팀이 되어 올림픽에 나가자는 것과 같다.

사실 이 단일팀이란 발상은 오래 동안 남북한의 정권을 거머쥔 사람들이 정권유지 차원에서 앵무새처럼 떠들었던 ‘통일’이란 단어가 원죄이다. 그동안 남한이 통일이란 단어를 쓰면 그것은 흡수통일이고 체제 전복을 노리는 도발이라고 북한이 발끈했고, 북한이 통일이란 단어를 쓰면 남한은 북이 적화통일을 노린다고 항변 했다.


하지만 남북의 집권자들은 통일이 내부 단속용일 뿐이지 실현성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쪽이던지 통일이란 말을 꺼내면 긴장이 완화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고조되었던 것이 지난 70여년의 역사였다.

이제 국제관계 속에서 흐름을 살펴보면 남한은 독일 정도로 친미적이고, 북한은 오스트리아 정도로 친중국이라 생각할 수 있는 것 같다. 나는 그렇게 남북 두 나라가 서로 전쟁 없이 공존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독립 국가인 독일과 오스트리아처럼 서로 싸움하지 말고 서로 간섭하지 않고 각자 살면 된다. 그저 평화 속에서 서로 자유롭게 왕래하고 문화적 경제적 교류를 할 수 있으면 된다는 생각이다.

애국적(?)인 분들은 나를 욕할지 모르지만 남북한 모두 헌법도 고쳐야 한다. 다시 말해서 대한민국 영토는 남한의 공권력이 미치는 한반도 남쪽과 부속 도서로 하고,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도 그들의 공권력이 미치는 한반도 북쪽과 부속 도서를 영토로 하고 핵보유국이란 단어도 빼야 한다. 그리고 평통(평화통일자문위원회)도 ‘남북한 상호 교류번영 자문위원회’ 정도로 이름을 바꾸어, 통일이라는 상호 공격적인 의미를 담은 단어를 쓰지 말아야 한다.

혹시 나에게 화를 낼지 모르는 보수 분들에게 다소 위로가 될 만한 말을 하자면, 완전히 독립된 두 나라라고 하더라도 세월이 흐르면 문화, 예술, 경제 등 교류의 주도는 남한이 하게 될 것이고, 아마도 북한이 감추었을지도 모르는 핵폭탄은 결국 그들에게 짐만 되고 녹이 슬어 쓸모가 없어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유럽의 유로화처럼 남북이 함께 쓰는 화폐도 생길 것이다. 그러니 안심하고 공연히 평화협정 반대한다며, 또 한국이 공산화된다고 하면서 태극기 들고 데모하러 백악관이나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나가는 일만은 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이영묵 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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