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 마음으로 이뤄낸 ‘정치혁명’

2018-06-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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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들이 결집된 힘으로 LA 한인타운 주민의회 분리안을 부결시켰다. 주민투표 개표 결과 반대표는 무려 98.5%에 달했다. 분리안 저지 캠페인을 벌여온 관계자들과 투표에 참여한 한인들 모두가 놀랐을 정도로 뜨거운 참여와 압도적 승리였다. 투표에 참여한 전체 유권자가 1만9,126명이었으니 최소 1만8,000명 이상의 한인들이 한 표를 행사를 했다는 얘기가 된다.

한인들은 이번 주민투표를 통해 커뮤니티의 응집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비교적 짧은 기간 저지 캠페인이 벌어졌음에도 한인들은 전례 없는 호응과 참여로 화답했다. 각계의 호응이 이어지면서 이런 열기는 우편투표와 현장투표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특히 현장투표일이었던 19일 한인사회가 보여준 참여 열기는 경이로울 정도였다. 노인들을 비롯한 수많은 한인들은 뙤약볕 밑에서 몇 시간씩 줄을 선 채 투표 차례를 기다렸으며 자원봉사자들은 이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느라 하루 종일 비지땀을 흘렸다. 한인들이 밤늦게까지 투표소 앞에 장사진을 친 광경에 주류언론들은 놀라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인들이 압도적 표차로 타운 분리안을 저지한 것은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표결 결과는 그 자체로 한인사회의 정치적 승리일 뿐 아니라 향후 한인타운을 분할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고개를 들지 못하도록 쐐기를 박는 부수적 효과도 있었다. 하지만 보다 더 중요한 의미는 정치적 참여가 가져다주는 긍정적 결과를 몸으로, 또 눈으로 확인하는 기회가 됐다는 사실이다.

이번 저지 캠페인에 한인들이 뜨겁게 호응한 데는 한인타운 노숙자 셸터 건립 논란을 통해 맛본 좌절과 분노가 크게 작용했다. 정치적 힘과 행동 없이는 스스로의 권리를 지킬 수 없다는 자각이 수많은 한인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어 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분리안 저지는 계층과 세대를 초월해 모든 한인들이 한마음으로 이뤄낸 ‘정치혁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이런 정치혁명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 성공의 경험이 일회성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앞으로도 커뮤니티 장래와 관련한 다양한 이슈들이 계속 터져 나올 것이다. 이번에 유감없이 보여준 저력을 바탕으로 우리의 목소리를 확실하게 내는 것은 물론 빠짐없는 투표 참여를 통해 제대로 된 정치인을 가려내야 한다. 캠페인 관계자들과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투표참여 한인들 모두의 노고에 다시 한 번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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