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소박한 밥상

2018-06-2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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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먹고 못 살던 시절에는 없던 병이 요즘은 왜 이렇게 많아졌을까?” 라는 질문이 자주 나온다. 나이가 중년 이상 되면 당뇨에 고혈압, 고 콜레스테롤은 ‘그 나이에 당연~’ 하다고 할 정도로 흔하다. 그만해도 감사해야 할 것은 암 발병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어제까지 건강해 보이던 사람이 갑작스런 암 진단으로 충격에 빠지기도 하고, 진단 때는 이미 말기여서 몇 달 사이에 세상을 떠나는 일들이 툭하면 일어난다. 그래서 나오는 말이 “살아 있다고 살아있는 게 아니야, 언제 어떻게 될지 몰라”이다.

이렇게 병이 많은 것은 역설적으로 의학이 발달한 때문이라는 말들도 한다. 과거에는 모르고 지나갔을 병들, 예를 들어 조기 암들을 요즘은 일일이 다 진단해내니 그만큼 병이 많아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사실은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지면서 먹을거리가 기름지게 변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매일 하루 세끼 “먹는 것이 바로 당신”을 이룬다는 말이다.


시사주간지 타임이 얼마 전 ‘치유 음식’ 특집을 냈다. 치유의 효능이 좋으면서 시중에서 구하기 쉬운 식품 100가지를 선정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음식 10가지를 소개했는데, 한인들에게 반가운 음식이 세 가지나 들어있다.

김치, (식초 아니라) 소금에 절인 오이피클 그리고 미소. 다시 말하면 김치와 오이지, 된장 - 한국의 가난한 밥상의 단골들이다. 불고기나 고깃국은 구경도 못하고 김치에 오이지, 된장국으로 끼니를 때우던 시절, 병이 별로 없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다는 사실이 점점 확인되고 있다. 주인공은 프로바이오틱스, 우리 몸 안의 세균들이다.

20세기가 항생제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프로바이오틱스의 시대이다. 미생물 즉 세균은 병원체이니 항생제로 없애야 한다는 것이 지난 세기의 상식이었다. 그런데 해롭다고만 여겼던 미생물, 세균들 중에는 유산균 같이 우리 몸에 좋은 것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목 받는 것이 프로바이오틱스, 바로 유익한 균이다.

우리 몸은 알고 보면 미생물 덩어리이다. 체내 미생물의 무게만 2kg이나 되니 엄청난 양이다. 그중 80%는 장내에 있어서 장 속에 유해균이 많으면 비만, 당뇨, 천식, 아토피, 대장암, 유방암 등 온갖 질병을 불러들이고, 유익균이 많으면 면역기능 개선, 감염 예방 등으로 건강 상태가 유지된다고 한다.

그런데 유해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인스턴트식품과 육류. 지난 수십년 우리의 식생활을 돌아보면 지금 왜 이렇게 병이 많은지 설명이 된다. 반면 유익균을 만드는 음식은 주로 발효식품들. 김치와 된장, 오이지, 그리고 치즈나 요구르트, 사우어그라우트 같은 전통음식들이다. 아울러 과일이나 채소의 섬유소를 섭취하면 유익균의 수가 증가한다.

그래서 발효식품을 과일이나 채소와 함께 먹으면 효과가 더 좋아진다고 한다. 요구르트에 과일을 섞고, 야채샐러드에 치즈를 뿌리며, 된장으로 나물을 무치는 식이다.

무엇을 먹는가에 따라 장내 미생물 환경은 바로 바뀐다. 건강을 생각한다면 앞으로 무얼 먹어야 할지 답은 나와 있다. 김치나 오이지 그리고 된장국 - 소박한 밥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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