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버지 날

2018-06-15 (금) 최효섭 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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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날

최효섭 아동문학가·목사

6월 세 번째 주 일요일은 미국의 ‘아버지 날’(Father‘s Day)이다. ‘어머니 날’과는 별도로 아버지의 은덕을 감사하는 날을 제정한 것은 미국의 아름다운 전통이라고 생각한다. ‘아버지 날’의 기원은 한 상이군인으로부터 시작된다. 남북전쟁에 나갔다가 부상을 입고 돌아온 이 가장에게 비극이 시작된다. 아내가 6남매를 두고 죽은 것이다.

그는 자신도 고통이 심했지만 그 후 21년 동안 온갖 고생을 다 겪으며 어린 6남매를 키웠다. 이 감동스런 이야기를 전해들은 다드 여사(Sonoda Dad)가 ‘아버지 날’ 제정을 여론화하였으며, 윌슨 대통령의 후원 서명을 받았고(1916년) 그 후 닉슨 대통령이 6월 셋째 일요일을 전국적인 ‘아버지 날’로 제정할 것을 공식 선포하게 되었다.(1972년)

‘아버지 날’을 상징하는 꽃은 민들레이다. 미국인들은 민들레가 잔디를 버린다고 해서 몹시 싫어한다. 민들레는 강인하다. 밟히고 뽑혀도 계속 나온다. 사실 마음을 비우고 자세히 들려다보면 민들레는 작지만 아주 예쁜 꽃이다. 번식력이 매우 강해서 씨가 하늘을 날아 멀리까지 여행하기 때문에 누구도 그 번식을 못 막는다. 민들레는 향수 원료도 되고 약재로도 사용된다. 아버지를 민들레로 상징하는 것은 그 그윽한 향기와 인내력과 멀리 내다보는 믿음직스러움 때문일 것이다.


지난 4월5일 KBS 방송은 한국의 인기 혼혈가수 인순이와 그의 아버지와의 눈물겨운 관계를 처음으로 공개하였다. 한국인치고 인순이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정도로 그녀의 인기는 대단하다. 그녀는 팝, 바라드, 댄스곡, 디스크, 트로트 등 모든 음악 장르를 다 아우르는 폭 넓은 가수이다. 이번에 미국 델라웨어 주에 거주하는 아버지와 무려 38년 만에 상봉하는 장면을 ABC TV가 공개하여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녀의 아버지 로널드 루이스는 동두천 미 해병대에 근무하는 흑인 병사였다. 인순이의 본명은 엄마의 성을 따 김인순이다. 늦긴 하였지만 아버지와 딸의 만남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인종과 나라와 처지가 달라도 아버지는 역시 아버지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김정은 위원장은 자기 아내를 소개하면서 “아버지가 이 여자와 결혼하라고 해서 무조건 결혼했다”고 농담을 해서 폭소가 터졌다고 한다. 아버지께 순종하는 것은 옛 부터 동양인 가정의 기본적 윤리였다. 3,000년 전에 나온 모세의 법(십계명)에도 아버지께 대한 순종이 명기되어 있다. 효는 동양윤리의 기본이기도 하다.

아버지의 미소 속에는 아이를 위한 장래의 걱정이 있고, 아버지의 주머니 속에는 아이를 위한 희생적 준비가 있다. 아버지의 가슴에는 아이들에게 훌륭한 모범이 못된 가책이 늘 있고, 아버지의 심장 속에는 좀 더 좋은 아빠가 되려는 결심이 있다.

아빠는 아침마다 어디론가 나가지만 그 머릿속에서 아이에 대한 염려와 사랑이 가시는 순간이 없다. 아버지는 속으로 울고 겉으로 위로하는 자이며, 속으로 사랑하고 겉으로 책망하는 자이다. 아버지는 최후까지 남을 아이의 고향이며 영원히 배반하지 않을 아이의 친구이다.

아이들은 아버지를 통하여 하나님을 배운다. 왜냐하면 아버지는 두려움과 자비, 위엄과 사랑, 징벌과 용서를 동시에 가진 분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아버지가 언제나 자기를 위하여 대기상태에 있는 것(Available any time)을 당연한 것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런 자식을 결코 탓하지 않는다. 아버지는 표현하지 않고 자식을 위한 희생을 감수하고 있다.

필자는 어려서 무척 아버지의 사랑을 받았다. 막내가 되어 그랬는지도 모른다. 식사도 나와 아버지가 겸상을 할 정도였다. 아버지에게 매를 맞아본 기억이 없다. 그것이 오히려 좋지 않은 양육이었다고 생각한다. 좀 더 엄격하고 무서운 아버지였으면 좋았을 것이다.

<최효섭 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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