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학진학 자녀와 부모에게

2018-06-11 (월) 박문규 LA 평통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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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진학 자녀와 부모에게

박문규 LA 평통위원

12학년 학생들은 이제 입학할 대학이 결정 되어 여유롭게 여름을 맞으리라 믿는다. 마냥 한가하게만 보낼 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많은 책을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대학에서 전공하고자하는 분야에 관계 되는 책이라면 더욱 도움이 될 수 있을 터다.

자녀를 대학에 보내는 학부모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자녀에게 기대를 거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정도가 지나쳐 자녀의 행동거지 하나하나를 일일이 간섭함으로써 큰 부담감을 주는 경우들이 있다.

자녀가 대학에 들어갔다는 것은 성인이 되었다는 것이니 모든 걸 맡기며 믿음을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 매일 몇 시까지는 공부해야하고 학점은 A나 B를 받아야지 C는 결코 허용할 수 없다거나, 자주 전화 걸어 지금 어디에 있느냐, 누구하고 있느냐고 묻는 일들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자녀로 하여금 한시도 스트레스에서 해방될 수 없는 심리적 압박감만 줄뿐이다.


부모로부터 받는 정신적 부담감이 아니더라도 대학에 들어가면 기숙사 생활, 학교생활에 익숙해 질 때까지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게 되어있다. 그래서 때로 대학생이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학업 우울증으로 고생한다거나 심지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있다는 보도도 있지 않은가. 부모는 자녀에게 늘 용기를 주고 격려를 해주라고 부탁하고 싶다.

덧붙여 부모가 너무 자주 자녀의 기숙사나 주거지를 방문하는 것도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꼭 자녀와 미리 상의해 시간을 정하고 잠시 만나고 돌아오는 것이 좋으리라는 생각이다. 나의 경우, 언젠가 아들을 찾아가 보니 잠이 모자라고 아주 피곤해 하는 모습이었다. 이야기를 들어 본즉 우리가 멀리서 방문한다는 사실 때문에 과제물들을 미리 해두느라 그 전날 밤 잠을 거의 못 잤던 것이었다. 그의 빡빡한 일정을 알고 우리부부는 같이 식사 한 번 하고 바로 내려 왔었다.

그리고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자녀가 있다고 해서 주말마다 집으로 데리고 오기보다는 그 시간 도서관에서 공부하거나 새로운 친구를 사귀며 그들만의 시간을 갖도록 배려해 주는 일도 좋을 것이다. 미래를 설계할 자기만의 시간도 필요하리라.

오래 전 아들을 처음으로 대학에 보내면서 걱정하던 중 아들이 오히려 우리를 위로해 주었던 일이 생각난다. 대학입학 2주일 전 쯤 아들이 식물원에 가서 커다란 장미나무 5그루를 사왔다. 나무를 심으면서 “엄마는 꽃 가꾸는 일을 좋아 하시니까 이 꽃을 잘 가꾸어 저를 보고 싶을 때 이 꽃을 보세요” 라고 말했었다.

아내는 아들의 부탁이라 더욱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나무들은 잘 자라 이듬해부터 아주 큰 꽃이 피어나며 추억의 장미꽃이 되었다. 생각지도 못한 아들의 깜짝 이벤트였다.

올 가을 집을 떠나는 학생들도 부모님을 위해 깜짝 이벤트를 한번 가져본다면 오래 오래 기억 될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박문규 LA 평통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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