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힘든 이들이 기댈 수 있는 곳

2018-06-05 (화) 박찬효 / 약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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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의 삶은 점점 복잡해지고, 그 리듬이 빨라지고, 경쟁은 더욱 치열하며, 사랑과 안정감의 공급처인 가정은 점점 허물어지는 듯하다.

이렇게 사회가 변질된 원인은 많겠지만, 나는 역설적이게도 문명과 기술의 발달, 특히 컴퓨터, IT의 발전과 소셜 미디어의 횡포를 꼽는다. 물론 이러한 기술의 발달은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지만, 가장 큰 부작용은 사람과 사람과의 물리적 접촉의 감소, 기계에 의존으로 인한 인간성의 상실 등이다.

최근 타임의 보도에 의하면 미국의 12세에서 17세 아동 중 최소한 한번은 중증 우울증을 경험한 숫자가 300만이나 된다고 한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볼 때, 내가 사는 워싱턴 지역에서 가정상담소가 1974년에 설립되어 꾸준히 활동해 오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귀한 일이다.

최근 상담소 행사에 참석해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들었다. 제프라는 청년과 그의 어머니가 그들의 경험을 울면서 나누었다. 제프는 대학재학 시 우울증으로 집안에만 있었는데, 설상가상으로 아버지가 회사에서 해고당하고 집을 떠나자, 제프의 증세는 더욱 심해져 방 밖에도 못나왔다고 한다. 5년을 이렇게 고생하던 중 가정상담소에 가면 무료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희소식을 들었다 한다.

다행히도 제프가 치료를 받기 시작해서 이제는 파트타임으로 일할 정도로 회복되었다는 눈물겨운 감사의 간증을 들었다. 치료비 문제로 전문의를 찾지 못했던 이들에게 상담소는 물에 빠진 자에게 던져진 생명 줄이었을 것이다.

<박찬효 / 약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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