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BTS 신드롬’ 에 대한 이해

2018-05-2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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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명으로 구성된 한국의 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 이하 BTS)의 9월 LA공연 티켓을 구하지 못해 고등학생인 조카딸이 발을 동동 구른다는 얘길 들었을 때만 해도 그저 요즘 인기 있는 아이돌 그룹 가운데 하나려니 했다, 그런데 일요일인 지난 20일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BTS가 상을 받고 무대공연을 하는 걸 보면서 비로소 이들이 일으키고 있는 신드롬이 얼마나 뜨거운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이들의 이름이 호명되면서부터 공연이 끝나기까지 내내 이어진 관객들의 함성과 ‘떼창’은 신기한 광경이었다. 신곡이었음에도 큰 소리로 따라 부르는 젊은이들의 BTS를 향한 애정과 열정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중장년 한인들에게도 BTS의 존재가 확실하게 각인되는 순간이었다.

BTS는 올 9월 월드투어의 일환으로 LA, 오클랜드, 텍사스 등을 돌며 미국 순회공연을 갖는다. 10여만 장의 티켓은 판매개시와 거의 동시에 매진됐다. 너무 수요가 많아 당초 3회로 예정됐던 LA 스테이플스센터 공연을 4회로 늘렸을 정도다. 이번 주 엘렌 디제너러스 쇼 등 인기 토크쇼들에도 출연이 예정돼 있다.


해외에서 인기가 있는 K팝 그룹들은 많다. 하지만 대부분은 아시아권에 국한돼 있다. 미국과 유렵, 남미 등 명실공히 글로벌한 인기를 누리는 그룹은 BTS가 거의 유일하다. 특히 BTS는 대형 기획사가 아닌, 이름도 생소한 군소 기획사가 만든 그룹이다. 그래서 ‘흙수저 아이돌’이라 불리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BTS의 인기와 성공은 더욱 각별하다.

그렇다면 BTS의 놀라운 성공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미국의 경제전문 TV채널인 CNBC는 BTS에 대해 “미 주류 음악시장에서 거둔 K팝의 성공 중 가장 괄목할만하다”고 평가하면서 진정성과 소셜미디어, 글로벌을 그 비결로 꼽았다.

다른 아이돌 그룹들과 차별화 되는 BTS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이들이 동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들을 음악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는 점이다. ‘방탄소년단’이란 팀 이름에도 음악을 통해 10대와 20대에 대한 사회적 억압과 편견을 막아내겠다는 뜻이 담겨있다. 당연히 곡과 가사는 BTS 멤버들이 쓰고 만든다. 젊은이들이 공감하니 열성 팬들이 늘어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아무리 음악과 메시지가 좋아도 전달수단이 여의치 않으면 한계가 있다. BTS는 젊은 그룹답게 SNS 활용에 뛰어나고 능하다. BTS 열기에 대해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21세기 지구 문화의 핵심적 기반이라는 사실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이들이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2년 연속 ‘탑 소셜 아티스트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건 이런 소통 노력 덕분이었다. 여기에다 자신들의 음악에 힙합, 그리고 EDM을 접목함으로써 팬덤을 글로벌하게 확대할 수 있었다.

뛰어난 기획과 홍보로 반짝 인기그룹이 만들어질 수는 있지만 그것을 지속시키고 확장시켜주는 것은 결국 진정성(음악의 메시지)과 트렌드를 읽는 감각, 그리고 자신들의 실력(작사·작곡·노래·춤)뿐이란 걸 BTS는 증명했다. BTS 신드롬은 그런 점에서 싸이의 ‘강남 스타일’ 선풍과는 성격과 차원이 다르다.

젊은 팬덤의 열광은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와 언어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으로 이어지게 돼 있다. 그러니 BTS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이들은 이미 최고의 민간 문화사절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20일 밤 라스베가스 MGM 그랜드가든 아레나를 달군 뜨거운 열기는 이것을 확인시켜 주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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