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협상의 기술’

2018-05-2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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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의 기술’은 1987년 트럼프가 쓴 책 제목이다. 13주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오른 이 책은 트럼프라는 이름을 미국인들에게 알린 첫 작품이다. 2016년 대선 때 트럼프는 이 책이야말로 자신의 가장 중요한 업적의 하나며 성경을 제외하고는 가장 좋아하는 책이라고 밝힌 바 있다.

어쨌든 다시 화제가 되고 있는 이 책은 도널드 트럼프가 어떻게 부동산 투자로 성공했으며 성공적인 협상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자세히 다루고 있다. 이 책에 따르면 협상에 성공하려면 11개 수칙을 지켜야 한다.

그 중 첫 단계는 ‘생각을 크게 하라’다. 처음부터 쫌생이처럼 디테일에 매달리지 말고 ‘통 큰’ 협상가가 되라는 말이다. 2단계는 ‘손해를 최소화하면 이익은 자연히 따라 온다’다. 협상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이익을 남길 것이 아니라 손해를 보지 않는 것이다. 이번에 이익을 남기지 못했더라도 원금을 보존하면 다음 기회가 있지만 돈 욕심에 이를 날리면 모든 게 끝이다. 3단계는 ‘선택의 폭을 최대화하라’다.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 운신의 폭도 커지게 마련이다.


4단계는 ‘시장을 알라’다. 자신이 투자하는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으면 판판이 당하게 마련이다. 어떤 분야든 공부가 필수다. 5단계는 ‘지렛대를 활용하라’다. 자신이 상대방을 움직일 수 있는 무기를 갖고 있는 지 살펴보고 이를 최대한 이용하라는 것이다. 6단계는 ‘자신의 입장을 강화하라’다. 자신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자원이 있다면 이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7단계는 ‘협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라’다. 거래를 한 사람 하고만 할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말을 퍼뜨리면 상대방과 경쟁하려는 제3자가 나타날 수도 있고 이것은 유리한 협상에 도움이 된다.

8단계는 ‘되받아 치라’다. 상대방이 협상을 주도하려 할 때는 끌려 다니지 말고 판세를 뒤집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방이 하자는 대로 하면 자신에 불리한 결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9단계는 ‘약속을 지키라’다. 눈앞의 이익에 눈이 어두워 상대방과 한 약속을 깰 경우 당장은 도움이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신용이 손상돼 비즈니스를 계속하기 힘들다.

10단계는 ‘비용을 줄이라’다. 아무리 좋은 프로젝트라도 체면을 위해 무리하게 진행하면 결과적으로 실속이 없다. 마지막 11단계는 ‘즐겨라’다. 협상도 즐겁게 살기 위한 것이다. 협상에 재미를 붙이지 못하면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할 수 없고 그렇게 되면 장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는 22일 백악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 회담을 갖고 원하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6월 12일 예정된 북미 싱가포르 회담을 연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대통령이 회담 연기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협상의 대가’를 자처하는 트럼프가 아니더라도 웬만한 사람은 아는 진실이 있다. 그것은 협상 성사를 더 원하는 사람이 결국 진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해서라도 협상 타결을 원한다는 것을 상대방이 눈치 채는 순간 이 쪽은 상대방이 하자는 대로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 ‘포커 페이스’가 중요한 것은 그래서다.

협상 의제나 합의 가능 사항에 대한 심사숙고 없이 덥석 정상 회담을 수락한 것부터 성급했다. 이제라도 트럼프는 자신이 책에서 주장한 ‘손해를 최소화하라’ ‘시장을 알라’ ‘되받아 치라’ 원칙을 충실히 지키고 이를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알려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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