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겨레의 숙원, 통일의 기회

2018-05-18 (금) 정기용 자유광장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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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레의 숙원, 통일의 기회

정기용 자유광장 회장

시간이 흐를수록 짙어지고 있는 남북 평화무드, 그 감격의 여운이 계속 가슴을 저며 온다. 지금 한반도의 정세는 확실히 긍정적으로 가고 있다. 우리는 평화와 통일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향해 이심전심 슬기를 모을 때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진핑과 회동했다고 해서 당황하거나 존 볼턴 백악관 안보실장이 강경발언을 했다고 해서 우려할 필요가 없다.

남북 평화의 원천이랄 수 있는 북한의 핵 포기와 미국의 북한체제 보장약속은 북미 양자 간의 시나리오대로 잘 굴러가고 있다고 확신한다. 한반도의 평화정착은 대한민국에겐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큰 선물이요, 김정은이나 트럼프에겐 일종의 배수진이다.

김정은은 핵 소동으로 더 이상 권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경제난과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려면 정상적인 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김정은은 국제사회에서 공인 받은 정부 지도자가 되기 위해 국제무대에 첫선을 보였다. 그는 더 이상 거짓말을 일삼는 인물로 각인되지 않으려 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에서 갖가지 스캔들에 휘말려있다. 적국 러시아와의 부적절한 관계로 멀러 특검의 수사를 받고 있고, 창녀와의 추문으로 13만 달러나 지불한 내용도 들통이 났다. 트럼프는 금년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승리를 책임져야 하고 내친김에 2020년 재선 승리까지 쟁취해보려는 야심에 가득 차있다.

결국 김정은이나 트럼프나 핵포기와 한반도 평화라는 커다란 프로젝트 해결로 대박을 터트려야 하는 운명에 서 있는 셈이다.

이따금 북미정상회담 진행에 부정적 의견이나 논평이 튀어나오지만 그럴 때마다 당황하거나 일희일비 말아야 한다. 트럼프, 김정은 모두 정상회담이 결렬될 경우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 공식발표는 획기적 성과를 예측케 한다. 정상회담에선 대개 큰 내용에 사인하고 악수하는 요식절차가 외교적 통례이다.

북한은 주체사상의 상징이었던 평양 표준시간을 서울시간에 맞추기로 했고 미, 영, 중, 소, 그리고 남한 언론인들을 초청해 공개리에 풍계리 핵 실험장을 폭파한다고 발표했다. 또 억류했던 한국계 미국인 3명을 풀어주는 등 파격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남북은 서로 신뢰를 구축하기에 좋은 기회를 맞았다. 북한은 2016년 ‘핵보유국 선언’을 채택했다. 평화협정을 하려면 이 조항을 먼저 삭제해야 한다. 핵포기가 북한과 남한, 미국과의 평화협정의 원천이다.

남한은 현재 북한을 한반도 내의 ‘불법단체’로 규정하고 있는 조항을 수정해야 한다. 헌법에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 전체 및 그 부속 도서로 정한다”고 되어 있다. 대한민국 영토 내에 정부를 세웠으니 북한을 불법단체로 규정해 놓은 형태다.

벌써 통일부에는 350여건의 대북접촉 승인신청이 쇄도해 있다고 한다. 너무 서두르지 말자. 피차간의 신뢰가 전제조건이다. 양측 모두가 욕심을 버려야한다. 비워놓는 것은 더 좋은 것으로 채운다는 뜻이다.


남북이 힘을 합하여 중도로 가자. 보수진보라는 한반도형 악몽에서 깨어나 새 길로 가는 것이 중도노선이다. 중도는 ‘중용’이다. ‘중’은 양극의 합일점이고 ‘용’은 영원한 상용성(常用性), 즉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남북 평화통일에 관한한 각 정당, 정파도 모두 사사로운 이익을 추구하지 말고 거국적 초당적으로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노력을 도와야 한다.

김 구 선생이 중도노선의 선구자다. 전반적인 국제정세나 남북한 처지가 남북한이 융합하기에 아주 좋은 환경이다. 우리 겨레의 슬기와 지혜를 총집결 시켜 박차를 가해야 한다.

깨어있는 국민이라야 나라가 산다. 함석헌 선생의 말씀이 다시 떠오른다.

<정기용 자유광장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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