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한미군 주둔 청원서

2018-05-17 (목) 이영묵 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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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주둔 청원서

이영묵 문인

인터넷이 완전히 차단된 중국에서 15일간 머물다 왔다. 오자마자 카톡방을 여니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누군가가 주한미군 철수를 하지 말라는 백악관에 보내는 청원서에 동참해 달라는 글이었다.

나는 공연한 짓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김일성부터 김정은에 이르기까지 역대 북한 정권은 남한에 미군이 주둔해야 자기 몸값이 특히 중국에 대해서 올라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북한은 미군 주둔을 원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세계에서 해외 주둔기지로 최고, 최대인 평택기지에서는 천문학적 비용의 시설로 중국에 대한 모든 정보를 위한 촉수를 뻗고 있고, 중국에 영향력 확대에 방어선인 남한에 가치를 잘 알고 있는 미국으로서 얼빠진 종북 좌파가 미군 철수를 아무리 외쳐도 미군이 철수하는 일은 절대 없다는 것이 나의 확신이다.


그런데 우리 속담에 울고 싶을 때 뺨 때려준다는 말이 있다. 속담대로 백악관에 미군 철수 반대 청원은 남한 정부에 군 주둔 비용을 위한 더 많은 분담을 요구해온 트럼프에게 좋은 구실을 주는 바보짓일 뿐이다. 먼저 현실을 직시하건대 우선 나는 남북통일이라는 미몽(迷夢)에서 깨어나라고 말하고 싶다.

현실은 모든 나라들이 남북이 두 개의 독립된 국가로 존재하는 것을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남한은 모든 에너지를 두 나라의 평화공존과 상호교류를 통한 경제적 이익 등 민족의 번영을 위해서 써야 한다.

지금 남북한 평화협정이 잘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나는 그 결과를 낙관적으로 본다. 문재인 정부도 언론들도 온통 뉴스가 남북, 북미 회담이야기 뿐이고 심지어 많은 기사들이 김여정이 어떻게 생겼다 어쩐다 하면서 야단이다. 그것도 좋지만 이제 시야를 좀 돌려야 한다. 평화공존이 정착하기 시작할 때에 남북한은 각각 넘어야 할 커다란 산이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남한은 3만5,000명의 탈북민들의 생명을 건 탈북행위를 정당화 하고 또 지켜 주어야 한다. 또 연평도, 천안함 등 북한 도발의 희생자 가족들의 명예도 지켜 주어야 한다. 그러면서 이들 모두에게 평화공존의 현실을 납득시키고 함께 미래로 함께 가야한다.

이것이 백악관 청원서 동참을 요구해온 분들이 해야 할 몫이다. 그리고 미군 철수를 주장해온 철없는 종북 좌파에게는 눈을 북한에 돌려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요덕 수용소 같은 곳에 지금도 갇혀있는 20만명 이상의 수감자, 만주지역에서 떠돌고 있는 20만명의 유랑민, 그리고 그동안 숱하게 공개 처형된 사람들의 가족들을 생각해야 한다.

북한정권이 이들을 껴안고 평화공존이 가능하도록 명분과 보상, 화합으로 가야 하는데 그 진행이 정말 걱정이다. 종북 좌파는 북한정권이 이 어려운 난제를 잘 처리 하도록 관심과 도움을 주어야 한다.

비록 남한에서 산다하더라도 도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난 동계올림픽 때에 북에서 온 예술단 공연을 탈북한 천재 피아니스트 김철웅이 관람했는데 그를 본 철없는 누군가가 “잔치 집에 재 뿌리려 쟤는 왜 왔어?”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는 어떤 분의 얘기가 마음에 걸린다. 이런 닫힌 마음으로는 평화공존이 요원하다.

<이영묵 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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