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평화를 만드는 사람

2018-05-16 (수) 최효섭 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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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만드는 사람

최효섭 아동문학가·목사

지난 4월26일 개최된 남북정상회담이 만족스런 성과를 거두며 막을 내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 은 위원장은 판문점 공동선언을 통하여 한반도의 영구평화를 위한 교량 건설에 착수했다고 볼 수 있다. 열 두 시간의 마라톤 일정을 통해 풍성한 열매를 거두었다고 본다. 두 나라가 적대 관계에서 동족의 사이로, 정전(停戰)을 종전(終戰)으로, 계속적인 남북의 대화를 위하여 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에 설치할 것도 합의하였다.

특히 남북 철로를 연결키로 한 것은 평화통일을 위하여 매우 고무적이다. 북의 고성과 남의 강릉을 연결하는 동해선의 연결, 부산에서 신의주까지 기차를 타고 갈 수 있는 경의선의 연결 합의는 두 나라 국민 모두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하였다. 그렇게 되면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유럽 여행을 할 수 있다. 물론 두 철로의 연결은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 외국 투자를 유치해서라도 이 일은 실천에 옮길 충분한 가치가 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최대 열매는 북의 핵무기 포기 선언이다. 6월에 있을 북미 정상회담의 주요 목적이기도 한 북핵 문제는 그 실현까지는 많은 절차가 있어야 하지만 그건 차근차근 순서를 밟아 나가면 된다. 문제는 북한의 고급 기술자 약 1만5,000명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보장해 주어야 하는데 남북의 협력 체제가 확고해지면 국내외의 공장 개발 등도 활발해져 기술자 활용의 가능성은 충분할 것이다.


남북의 평화가 얼마나 중요한 지는 한국동란의 피해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1950년에 발발하여 3년 동안 싸운 이 전쟁은 수십만명의 사망자를 냈고, 공업시설의 43%, 발전시설의 41%, 탄광 50%, 모든 건물의 3분의1이 파괴되었다. 미군 전사자 5만4,246명 등 한국군과 참전 16개국, 북한 주민과 인민군 그리고 참전한 중공군을 합치면 피해자는 천문학적인 숫자에 이른다. 전쟁으로 발생한 과부 고아 신체장애자들과 피난민들의 처참한 상황은 지옥을 방불케 하였다.

인류가 지난 100년 동안 100회 이상의 분규와 전쟁을 치루며 뼈저리게 배운 세 가지 진리가 있다. 그것은 “대립보다 공존이 낫고, 이데올로기보다 사랑이 나으며, 자원(資源)보다 두뇌가 낫다”는 진리였다.

성경은 “평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평화를 심어 정의의 열매를 거둔다”(야고보서 3:18)고 하였다. 평화와 정의를 한 선상에 놓은 것이다. 즉 정의는 평화의 산물임을 지적한 말씀이다.

한반도와 지구촌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쟁문화가 평화의 문화로, 증오의 수레바퀴가 사랑의 수레바퀴로 즉시 바뀌어야 한다. 대화와 협상은 긴 인내가 요구되는 어려운 과정이지만 현대의 전쟁은 한 민족 뿐이 아니라 인류의 존망이 걸려 있기에 서로 잘 참으며 꾸준히 밀고 나가야 한다. 극우 라인의 비난처럼 북한에 대한 원조는 ‘퍼주기’가 아니라 조국 통일을 위한 인내와 평화의 과정인 것이다.

헨리 키신저가 미국 국무장관으로 있을 때 UN연설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미국은 세계로부터 도망칠 수도 없고 세계를 지배할 수도 없다.” 지금은 지구촌이 서로 어울려 살고, 도우며 살고, 힘을 모아 평화를 이룩할 때이다. 이런 평화를 방해하거나 파괴하는 것이 현대의 악이며 인류의 적이다.

전 이스라엘의 수상이었던 골다 메이어에게 비서가 신이 나서 보고하였다. “수상님, 우리 군대가 대승하고 있습니다.” 마이어가 대답하였다. “싸워서 이기는 것이 결코 기쁨이 될 수는 없습니다. 저 벌판에서 딸기 꽃을 감상할 수 있을 때가 정말 기뻐할 때입니다.”

<최효섭 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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