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정은 신상의 명과 암

2018-05-1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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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두 개의 비밀은 가지고 있다. 이를 확대하면 “어느 가족이나 쉬쉬하는 집안의 비밀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김정은’이 국제뉴스에서 연일 상종가를 치고 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소년독재자’로 불리는 등 조롱의 대상이었던 그가 마치 평화의 사도인 것처럼 비쳐지면서.

북한의 고르바초프가 될 것인가. 시진핑, 문재인, 그리고 얼마 있다가 트럼프. 세계의 정상들과 연이은 회담을 통한 김정은의 국제 외교무대 커밍아웃과 관련해 쏟아지는 기대다.


그러나 명(明)과 암(暗)은 교차되는 법. 화려한 외교 행보에 주목하면서도 서방언론들은 결코 드러내기를 달가워하지 않을 김정은 개인 신상의 비밀에도 조명을 비추기를 게을리 않고 있다.

그는 과연 명실상부한 ‘백두혈통’인가. 제기되는 우선의 의구심이다.

북한에서 가장 중요한 사회적 요소는 ‘성분’이다. 북한의 모든 인민들은 일제강점기 당시 조상들의 행동을 바탕으로 출신성분을 평가 받는다.

조상이 김일성과 항일전선에서 싸웠다. 최고 출신성분으로 상위 1%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일제강점기 부역자 가족은 배신자로 취급 받아 적대계층으로 분류된다.

‘그 성분 제도를 엄격히 적용하면 김정은은 수용소에서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비즈니스인사이더지의 지적이다.

김정은의 외조부 고경택은 제주도 출신으로 일제강점기 때 군수공장 관리직을 지냈다. 성분제도에 따르면 일제강점기에 고위직을 지낸 사람은 모두 매국노로 제거대상이다. 그러나 이 사실을 북한에서 비밀이다.

김정은의 어머니 고경희는 김정일의 정식 부인이 아니다. 그러니까 김정일의 여러 정부(mistress)의 하나였는데 이 사실도 북한에서는 비밀이라는 것.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도 미스터리 투성이로 그 이름도 진짜인지 알 수 없다’ - 뉴욕타임스의 보도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북한 주민들은 리설주를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는 것으로 비싼 옷에 액세서리로 치장한 그녀에 반감을 보이고 있다고 UPI는 보도했다.

이뿐이 아니다. 이복 형 김정남 암살에서 사촌 리일남(한국에서는 이한영으로 불림)피살에 이르기까지 피로 얼룩진 백두혈통의 내력은 모두 비밀로 부쳐지고 있다.

‘정작 더 거대한 흑막에 싸여 있는 것은 북한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처절한 인권유린의 참상이다’-. 폭스뉴스의 보도다. ‘평화와 번영’을 모토로 내건 김정은 주연의 정치 쇼가 벌어지고 있는 이면에서 여전히 자행되고 있는 것은 최악의 인권유린사태를 지적한 것이다.

“…곤충을, 풀을, 나뭇잎을, 나무껍질을, 들쥐를 먹으며 생존을 이어나간다. 여성들의 경우 더 엄혹한 시련에 시달린다. 시도 때도 없이 저지러지는 강간이다. 임신을 하게 되면 마취제도 없이 수술을 한다….” 단편적으로 전해지는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참상이다.

“블랙홀같이 감추어진 그 참상을 되풀이하고 또 되풀이해 이야기해야한다. 그 반(反)인륜범죄의 전모가 세상에 드러날 때까지” - 그날이 올 때까지 지적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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