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화산이 만든 섬

2018-05-09 (수)
작게 크게
하와이는 미국 50개 주 가운데 유일하게 섬으로만 이루어진 주다. 미국 본토에서 남서쪽으로 2,000마일 떨어진 곳에 위치한 하와이는 8개의 주 섬과 수백개의 작은 섬으로 구성돼 있으며 그 중 가장 큰 하와이 섬에는 지금도 재와 용암을 내뿜는 활화산이 있다.

대부분의 화산이 지각을 이루고 있는 두 개의 판이 부딪치는 곳에 존재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하와이는 단일 판 한 가운데 있다. 특이한 점은 또 있다. 하와이 섬들은 누군가 일렬 종대로 줄을 세운 것처럼 북서쪽을 향해 나란히 늘어서 있다.

그 원인을 조사하던 과학자들은 새로운 사실을 알아냈다. 하와이 제도 북서쪽 끝에 있는 카와이 돌들의 나이는 450만년으로 매우 오래되고 풍화가 심한 반면 지금 활화산이 활동 중인 남동쪽 끝의 하와이 바위 나이는 90만년밖에 안 되고 풍화도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과학자들은 이런 현상이 일어난 것은 하와이 바다 밑바닥에 ‘핫스팟’이라 불리는 용암 분출구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핫스팟’ 위를 거대한 태평양 판이 이동하면서 그 판 위를 뚫고 나온 용암들이 하와이 섬들을 만든 것이란 얘기다. 재봉틀 바늘 위로 옷감을 밀면 그 사이 사이를 일정 간격으로 바늘이 뚫고 나오는 것과 같은 원리다.

카와이는 하와이 섬들 중에서도 경치가 좋기로 유명한데 그 이유는 오랜 풍화 작용으로 인한 기암괴석과 절벽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섬은 이미 용암 분출구를 지나갔기 때문에 더 이상 섬이 커질 수 없으며 오히려 비바람에 씻겨 점점 작아지고 있다. 실제로 카와이 북서쪽에는 깎이고 깎여 이미 바다 속으로 잠수한 옛 섬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반면 아직도 용암이 뿜어나오는 ‘빅 아일랜드’ 하와이 섬의 면적은 날로 늘어나고 있다. 이 섬 최고봉 마우나 케아의 높이는 4,205m지만 바다 속에 잠겨 있는 부분까지 합치면 10,200 m로 에베레스트보다 높다. 하와이를 만든 용암 분출구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섬에 있는 산으로는 높이가 세계 2위다.

그러나 이 섬도 언젠가는 ‘핫스팟’을 지나가게 될 것이고 그 때부터는 침식을 견디지 못해 결국은 바다속으로 잠수하게 될 것이다. 섬들조차 생노병사의 운명은 피할 수 없나 보다.

그 하와이섬이 지난 주부터 다시 폭발과 용암 분출을 시작했다.이미 100에이커 이상이 용암에 덮였고 1,700여 주민들에게 대피 명령이 내려졌으며 20여채의 주택을 포함 35채의 건물이 파괴되고 12개의 균열이 발견됐다. 8일 현재 용암 분출은 일단 수그러든 상태지만 전문가들은 언제든지 재발 할 수 있다며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 4일 진도 6.9의 지진이 발생한 후 한 시간에 하나꼴로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졸지에 집을 잃어버린 주민들에게는 비극이지만 1790년 일어난 대폭발에 비하면 약과다. 미 역사상 최대 규모였던 킬라우에아 폭발로 하와이 원주민 5,405명이 사망했다.

한인 이민자들이 115년 전 첫 발을 내디디기도 한 화산이 만든 섬 하와이에 사는 한 화산 폭발은 감내해야 할 운명이다. 대지진이 약속된 가주 주민들이 지진을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처럼. 대자연 앞에서 인간은 무력한 존재라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