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이나 월드컵 유치 경쟁에 비유한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미-북정상회담 개최장소 유치전 말이다.
2018년 세계 10대 뉴스를 선정한다면 그 첫 번째는 미-북 정상회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거기다가 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루어진다면 아마도 트럼프-김정은 회담은 세기적 회담으로 기록되지 않을까.
그러니 그 정상회담 장소 유치를 둘러싸고 물밑 경쟁이 치열한 것은 무리도 아니다.
먼저 유력후보지로 떠오른 곳은 유럽지역이다. 중립국인 스웨덴, 스위스, 바티칸 그리고 심지어 모나코도 그 후보지로 거론됐다.
아시아 국가들도 공식적으로 그 유치전쟁에 뛰어들었다. 몽골 대통령이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미-북 정상회담을 열자고 공식 제안한 것. 인도네시아 대통령도 뒤늦게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미-북 정상회담유치에 특히 적극적인 나라들은 한반도에 이해가 엇갈리고 있는 관련 당사국들이다. 일본도 그 중 하나다. 그러나 ‘일본에서만은 안 된다’는 것이 북한의 입장이고 문재인 정부의 입장. 때문에 일본은 그 후보지에서 일찍 탈락했다.
모스크바면 더 좋고,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려도 대환영이다. 러시아의 푸틴의 입장이다. 본래 나서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미-북 정상회담을 빌미로 트럼프와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를 통해 러시아의 입지를 다진다는 것이 푸틴의 계산이다.
그러나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점쳐진다. 그렇지 않아도 러시아스캔들로 골머리를 앓는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 러시아 옵션은 최악의 선택이 될 수 있다.
워싱턴에서의 회담은 김정은이 항복하러 가는 모양새로 비친다. 평양이 반대다.
과거 6자회담이 열렸던 곳이 중국이다. 그리고 유일한 북한의 동맹국이다. 북한에 가장 큰 레버리지를 쥐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중국도 배제됐다.
중국에서 회담이 열리면 어떤 수를 쓰던 도청이 가능하다. 회담이 베이징이 원하는 방향으로 진전될 수 있다. 때문에 미국이 ‘No’다. 그리고 북한 측도 베이징에서의 회담을 그리 내켜하지 않고 있다는 풍문이다.
가장 유력한 미-북 정상회담장소로는 결국 두 곳으로 좁혀진다. 하나는 판문점. 또 다른 하나는 싱가포르다. 이 두 장소 중 어느 곳이 더 유력시 되나.
‘샹그릴라 대화’로 불리는 아시안 안보회의가 해마다 열리는 싱가포르가 미국으로서는 믿음직 한 곳이다. 북한에게도 싱가포르는 익숙하다. 그리고 확실한 중립지역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싱가포르가 트럼프- 김정은 회담무대로 가장 유력시 된다는 거다.
장소는 그렇다 치고, 미-북 정상회담의 최대 승자는 누가 될까. 김정은이다. 회담이 실패하더라도 트럼프와 대좌했다는 것만으로 김정은의 위상은 ‘국제 급’으로 격상되기 때문이다.
최대 패자는 그러면. 성공적으로 끝난다는 전제하에서 볼 때 중국이다. 회담성공은 중국이 북한에 대해 쥐고 있던 그동안의 레버리지 상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