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학생들의 시위

2018-04-24 (화) 문일룡 변호사·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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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시위

문일룡 변호사·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지난 20일은 콜럼바인 고등학교 총격사건 19주년이 된 날이다. 12명의 학생과 1명의 교사가 목숨을 잃었던 사건이다. 곳곳에서 추모식이 열리고 수업거부 워크아웃을 하는 학교들도 있었다. 총기폭력의 종식을 촉구하기 위해서이다. 이와 비슷한 워크아웃이 지난달에도 있었다. 17명의 희생자를 초래했던 파크랜드 고등학교 총격사건이 일어난 지 한 달이 되던 3월14일 전국적으로 3,000여 학교의 학생들이 참여했다.

최근 열린 전국교육위원회연합회 컨퍼런스에서 교육위원들이 많은 관심을 보인 토픽 중 하나가 학생 시위였다. 학생 시위는 연방 수정헌법 제 1조에 의해 ‘표현의 자유’로 보호 받는다.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에 관해 가장 중요한 대법원 판례가 1969년에 판결된 Tinker v. Des Moines Independent Community School District 이다. 1965년 12월 아이오와, 데모인 시 학군 내의 일부 학생들이 베트남전 종식을 촉구하는 의미로 팔에 검은 색 띠를 두르기로 했다. 이를 미리 안 교장들은 학생들에게 정학처분을 경고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경고에 아랑곳 하지 않고 띠를 두른 채 등교했다. 교장들도 이에 물러서지 않고 학생들에게 정학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학생들이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지방법원과 고등법원에서는 학생들이 패소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7대 2로 학생들의 손을 들어 주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학생들이 학교 안이라고 해서 표현의 자유를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려면 학생들의 행위가 학사 진행에 “실질적이고 상당한 방해”가 됨을 증명해야 한다고 했다. 단순 우려만 가지고는 부족하다고 했다.

지난 3월14일 예견 되었던 워크아웃도 이러한 대법원 판례에 비춰 검토 되었다. 카운티 내 한 학교를 제외한 나머지 학교 모두에서 파크랜드 총격 사건의 희생자들을 기리고 총기소유 법령 개정 촉구를 위해 학생들이 17분 간 집회를 갖기를 원했다.

사실 이 정도 워크아웃도 학교에서 제약할 수 있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17분 간 수업이 없으면 정상 수업을 받기 원하는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고, 학생들이 운동장으로 나가거나 체육관, 강당 등의 장소에서 모인다면 학교 운영에 방해가 된다고 간주할 만한 여지가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청은 각 학교에 지침을 내려 17분 정도는 허용하도록 했다. 어차피 허용을 안 해도 학생들이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너무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일부 학교에서는 아예 당일 수업 스케줄을 조정해 수업에 지장이 없도록 사전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 학교에서는 일부 학생들이 인근 공원까지 걸어가 그 곳에서 외부 인사를 초청해 연설도 듣고 총기소유 반대 집회를 열 계획을 세웠다. 이러한 행위는 학사 운영에 상당히 방해가 됨에 틀림없다. 그러나 교장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뜻을 굽히지 않을 것을 인지 한 후에는 대신 학생들의 안전을 관리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그래서 카운티 경찰국에 알려 학생들에게 위해가 없도록 보호하는 조치를 취했다.

민감하거나 논란이 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학생들이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고자 할 때 교육청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그것을 오히려 교육의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민주시민으로 성숙하기 위해서는 표현의 자유를 맘껏 행사하도록 권하고 그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자유의 행사에 적절한 제약이 있을 수 있다는 것과 효과적인 메시지 전달을 위해 적절한 방법 선택이 중요하다는 점도 같이 교육해야 한다.

<문일룡 변호사·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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