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삼성, 삼성, 삼성,

2018-04-19 (목) 강창구 워싱턴 사람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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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삼성, 삼성,

강창구 워싱턴 사람사는 세상

600년 전통의 합스부르크 제국, 오늘날의 헝가리 오스트리아 지역은 19세기에 들어서 호전적인 게르만의 진격 앞에 속절없이 ‘제국의 종말’을 고했다.

그런데 제국의 종말은 역설적이게도 ‘지성의 탄생’이기도 했다. 서구 지성의 원류라고 할 수 있는 많은 사상가들이 이 시기에 오스트리아 빈과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에 등장했다.

그 중 19세기 최고의 여류작가 에브너-에센바흐는 ‘죽지도 않고 고칠 수도 없는 병, 그것이 가장 나쁜 병이다.’ 고 하면서 저물어 가는 제국의 석양을 바라보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영원할 것 같았던 합스부르크 제국이 몰락한 게 1918년이니 올해로 딱 100년이다. 망해가면서야 비로소 지성과 지혜를 얻게 된다는 게 그나마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한국은 ‘삼성공화국’인 게 보다 확실해진 듯하다. 자고나면 ‘삼성’이다. 이제는 일일이 열거하기에도 기억에 한계를 느낄 정도이다.

‘삼성이 잘못되면 어떻게 되나!’ 분단된 섬나라 아닌 섬나라에서 그나마 세계적 기업이자 국가의 자랑으로 오랜 세월 경도되어온 관성은 각자의 몫이겠지만 작금의 삼성은 제국의 쇠락과정에서 보여 줄만한 요소들을 두루 갖추고 있다.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부패의 연결고리부터 이명박 시대로 거슬러 2대에 걸쳐 부패의 한 가운데에는 삼성이 있었다. 물론 그 이전에는 더 많았을 지도 모른다. 2007년 소위 ‘삼성 ×파일’ 사건이 나자 이건희 삼성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조건 없이 8,000억을 사회에 환원 하겠다고 했다.

세상의 흐름을 선도할 것으로 비쳐졌던 삼성제국은 그 세상이 어떻게 바뀐 줄도 모르는가 보다. 역시 바깥세상을 모르는 사법부 심판들의 눈높이를 마치 허들 뛰듯이 만들어버리고 있다. 이제 이런 곡예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이번에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를 하던 검찰은 뜻밖에도 삼성의 ‘노조와해 의혹 문건’들을 6,000여건이나 발견하였다. 그 내용을 보면 가족 중에 삼성직원이 있다는 게 결코 자랑거리만은 아니다. 기계처럼 일하지 않고 사람처럼 일하려고 했다가는 가족들까지 조사대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삼성경영’의 민낯이 노출되어버린 일대 사건이다.

거의 동시에 터진 삼성증권 자사주 배당사고는 직원들에게 주당 1,000원씩 나눠준다는 것을 1,000주씩 잘못 배당 하자 삼성직원 아니랄까 봐 그걸 재빨리 팔아치워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아버렸다. 단순 실수라고 하기에는 실로 ‘엄청난 파장’이 수반될 문제이다.


어디 이뿐이겠는가, 앞으로도 제국의 드라마는 계속될 것이다. 예전부터 있어왔지만 감추고, 틀어막고, 회유하고, 협박해 왔다. 제국이 그러했듯이, 이제 그 제국의 방벽과 철문들이 걷히면서 드러나고 있을 뿐이다.

70년 민족의 숙원들이 이루어지려고 하는 봄이다. 나라 안에서도 낡고 무거운 적폐들을 하루하루 걷어내는데 국민들 모두가 열심이다. 사람이 먼저고 국민이 우선이다. 그런 국가의 국기와 국헌을 바로 세우는데 삼성은 더 이상 장애일 수도 없고, 장애여서도 안 된다.

1938년, 지금부터 꼭 80년 전에 삼성그룹은 탄생했다. 이건희 회장은 2000년을 앞에 두고서 ‘마누라만 놔두고 다 바꾸자.’ 고 했다. 그 말처럼 했었다면 어땠을까?

<강창구 워싱턴 사람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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