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배달전쟁’ 뛰어드는 큰 손들

2018-04-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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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테크’는 요즘 사람들 입에 가장 많이 회자되고 있는 분야 가운데 하나다. 푸드테크는 말 그대로 IT를 적극 활용하는 주문과 배달, 예약, 신선제품 배송, 레시피 공유 등 음식관련 분야를 뜻한다. 푸드테크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것은 물론 음식배달 서비스이다.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음식배달 서비스의 메카를 꼽으라면 단연 한국이다. 한국은 중국음식을 중심으로 오래 전부터 음식배달이 상당히 보편화돼 있던 나라다. 여기에 더해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와 스마트폰이 접목되면서 배달서비스의 범위와 속도에 있어 한국을 따라갈 나라가 없게 됐다. 이런 잠재력을 크게 본 골드만삭스와 힐하우스 캐피탈은 한국의 배달앱에 1억달러 이상을 투자하기도 했다.

물론 이런 추세는 한국뿐 아닌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중국 배달산업의 성장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식사문화를 대단히 중시하는 프랑스에서도 ‘테이크잇이지’(TakeEatEasy)로 대표되는 음식배달 서비스가 고속성장 중이다. 미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시장이 커지면서 음식배달 서비스는 진화를 거듭해 왔다. 배달서비스를 디렉토리 형태로 모아 음식점과 소비자를 연결시켜주던 초창기 서비스를 1세대라 한다면 지금은 주문뿐 아니라 직접 배달까지 하는 2세대가 대세이다. 도어대시(DoorDash)와 딜리버루(Deliveroo) 같은 업체가 대표적이다.

최근 도어대시에 거액의 투자가 이뤄진 것은 미국 배달서비스의 미래, 그리고 잠재력과 관련해 시사점을 던져준다. 도어대시는 일본의 소프트뱅크로부터 무려 5억3,500만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이 업체가 2013년 창업 후 받았던 투자액이 총 1억7,000만달러였음을 감안하면 엄청난 액수가 아닐 수 없다. 실리콘밸리 소재 스타트업인 도어대시의 기업가치는 단숨에 14억달러로 뛰어 올랐으며, 10억달러 이상 기업을 지칭하는 ‘유니콘 클럽’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소프트뱅크의 투자가 목표로 하는 것은 너무도 명백하다. 미래가치가 엄청난 배달서비스 시장을 확실히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모건스탠리 전망에 따르면 2020년 음식배달시장 규모는 전체 요식업 매출의 40%에 해당하는 2,2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는 300억달러 정도이다. 요식업 또한 온라인으로 급속히 옮겨 갈 것이란 얘기다.

이런 방대한 시장을 선점하려면 고객들과 식당들, 그리고 배달 드라이버 등 관련 당사자들에게 충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게 관건이며 결국은 자금력이 승부를 가르게 된다는 것이다. 도어대시로서는 이 전쟁을 위한 충분한 군자금을 확보한 셈이다.

배달전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대형 피자체인인 ‘도미노스’는 야외로까지 배달서비스를 확대하기로 했다고 16일 발표했다. 도미노스는 공원과 해변, 그리고 사적지 등 총 15만 곳에 달하는 미국 내 야외지역에까지 피자를 배달해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배달업체들과 연계하고 있는 다른 패스트푸드 체인들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도미노스의 고육지책이다.

언제 어느 곳으로든 신속히 배달하지 않으면 점차 살아남기 힘들어지고 있는 게 요식업계의 현실이다. 갈수록 편리함과 간편함을 추구하는 세태 속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한인요식업소들도 소비자들의 기호와 욕구를 잘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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