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17 세금보고가 남긴 과제

2018-04-18 (수) 류정일 경제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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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29일 시작된 2017 세금보고가 우여곡절을 겪으며 지난 17일 79일간의 여정을 끝냈다. 올해 들어 발효된 새로운 세법 때문에 납세 현장은 혼란을 겪었다.

1월1일 이전에 재산세를 미리 내면 세금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대란이 일었던 것이 대표적이다.

CPA 업계는 연초부터 바뀐 세법을 미리 알고 대비하려는 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일부 CPA는 “‘몸만들기’도 하지 못하고 택스 시즌을 맞았다”고 푸념할 정도였다. 야근과 주말 근무를 피할 수 없어 미리 체력을 키워둬야 했는데 그럴 시간도 없었다는 뜻이다.


혼란한 틈을 노려 새로운 사기 수법도 등장했는데 부정 환급금을 빼내는 통로로 실제 납세자의 계좌를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잘못 환급돼 송금된 금액을 내놓지 않으면 처벌을 받는다고 적반하장 식으로 윽박지르는 바람에 선량한 납세자를 두 번 울렸다.

개인적으로는 과거 한국에서 있었던 종합소득에 대한 연말정산을 미루다가 올해 드디어 해냈다. 일선 세무서 직원이 경정청구를 하라고 두 번이나 잘못 안내해 인터넷 ‘홈택스’로 시도했다가 기각당한 건 좋은 경험이었다.

결국 한국 국세청에서 알고 지낸 지인을 통해 5년 이내에는 종합소득세 기한후신고가 언제든 가능하다는 안내를 안부와 함께 듣고 4년째 잠자고 있던 환급금을 신청하는 성과를 누렸다.

이곳 한인사회도 분주한 택스 시즌을 보내며 다양한 군상들이 목격됐다. 어떤 이는 배우자가 쥐꼬리만한 소득을 벌었다고 환급액이 지난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푸념했다. 그래도 환급금으로 1년 재산세는 충당할 수 있었는데 이제 어림없어졌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는 가족관계에 변화가 생기면서 그나마 받았던 환급금 대신 수백달러를 오히려 뱉어낸 경우도 있었고, 전년도와 비슷한 성적이었는데 내년에는 기본공제가 늘어나 기대가 된다는 이들도 있었다.

세금을 둘러싼 풍경 중 빠지지 않는 것이 납세자와 세금보고 대행자 사이의 상호비방인데 네 탓 공방을 하는 모습은 어김없이 올해도 이곳저곳에서 재현됐다. 하지만 남 탓을 해봤자 바뀌는 것이 없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대신 워싱턴포스트가 세법에 인종차별적 요소가 있다고 2년 전 지적한 보도는 생각해 볼 여지를 준다. 주택 관련 공제와 건강보험 및 은퇴플랜 공제가 백인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설계됐다는 주장인데 타인종에 비해 높은 백인의 주택 소유율 등이 근거로 제시됐다.

게임의 룰을 직접 짤 수 없다면 룰을 정확히 이해하고 능숙하게 변주하는 것이 승률을 높일 수 있는 비법이다. 올해 보고가 끝났다고 긴장을 풀게 아니라 미리 내년에 대비해 은퇴연금 계좌라도 하나 오픈하라는 의미다.

<류정일 경제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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