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통령과 바람기

2018-04-13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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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바람기
트럼프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이 바야흐로 정치 스릴러의 경지로 들어서고 있다. 9일 미 연방수사국(FBI)의 수사관들이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인 마이클 코언의 집과 사무실을 급습, 압수수색을 했다. 코언은 대선 직전인 2016년 트럼프와 섹스를 했다는 전직 포르노스타 스토미 대니얼즈(39·본명 스테파니 클리포드)에게 입막음용으로 13만 달러를 전달한 장본인이다.

이 소식을 들은 트럼프는 각료회의에서 “FBI의 행위는 마녀사냥이요 국가에 대한 공격”이라며 국가 위기론을 들먹였다.

대니얼즈는 지난 달 CBS-TV의 ‘60분’에 나와 2006년에 있은 트럼프와의 성관계를 적나라하게 실토했다. 그 내용 중 가히 희화적인 것은 자기가 트럼프의 얼굴이 실린 포브스잡지를 둘둘 말아 바지를 내린 속 팬티바람의 트럼프의 엉덩이를 두 번 내리쳤다는 것. 전희 행위였던가 보다. 물론 트럼프는 대니얼즈와의 섹스와 13만달러에 대해서도 “아니요”와 “아는 바 없다”로 대응했다.


대니얼즈의 인터뷰에 며칠 앞서 전직 플레이보이지 모델인 캐런 맥두갈(46)도 CNN-TV에 나와 2006년 트럼프와 10개월 간 통정했다면서 둘은 서로 사랑을 했다고 고백했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트럼프는 동시에 맥두갈과 대니얼즈와의 섹스를 즐긴 것이다.

일종의 권력형 비리라고도 할수 있는 왕과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은 성서시대부터 있어왔고 또 미국의 역사와도 시간을 같이한다. 다윗이 자기 권력을 남용, 자기 부하의 아내 바스세바를 취한 것이 국가수반의 혼외정사의 고대판.

미국에서는 미 건국의 국부중 하나인 토마스 제퍼슨이 노예와 관계해 아이까지 보았고 제29대 대통령 워렌 G. 하딩은 낸 브리튼이라는 여인과 백악관 옷장 속에서 혼외정사를 즐겨 딸까지 보았다. 하딩은 백악관 인턴인 모니카 르윈스키와 백악관 옷장 속에서 섹스를 즐기고도 오리발을 내밀어 탄핵을 당할 뻔한 클린턴의 대 선배인 셈이다.

생전 바람피울 것 같지 않은 프랭클린 D. 로즈벨트도 자기 사촌 데이지를 비롯해 여러 명의 여자들과 혼외정사를 가졌다. 그와 데이지와의 관계는 빌 머리가 로즈벨트로 나오고 로라 린니가 데이지로 나온 ‘허드슨의 하이드 팍’에서 상세히 재연 됐다. 아이젠하워도 마찬 가지. 그는 2차대전 시 연합군 총사령관으로 유럽에 주둔했을 때 자기 차량 운전사로 모델 출신의 영국 여인 케이 서머스비 대위와 사랑을 불태웠다. 최근에 들어서는 1988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유력시되던 게리 하트가 다나 라이스와의 스캔들로 중도하차 했다.

역대 미 대통령 중 여성편력이 가장 화려했던 사람은 단연코 존 F. 케네디다. 파티 애니멀이었던 케네디는 특히 여러 명의 할리웃 스타들과 섹스를 즐겼는데 그 중 대표적인 여자가 마릴린 먼로다. 그런데 케네디는 자기 동생으로 법무장관이던 로버트와 먼로를 공유했다는 설이 있다.

이 밖에도 케네디의 할리웃 여인들로는 오드리 헵번, 앤지 디킨슨 및 리 레믹등이 있다. 그는 이들 외에도 시카고 갱 두목의 정부인 주디스 캠벨을 비롯해 백악관 여직원과 기자 및 자기 참모들이 구해온 전연 생면부지의 여자들까지 백악관으로 불러들여 관계를 했다.

‘펜타곤 페이퍼’와 ‘워터게이트 사건’을 다룬 워싱턴 포스트의 벤 브래들리 편집장의 자서전 ‘어 굿 타임’을 보면 케네디는 브래들리의 처형과도 오랜 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브래들리는 책에서 “그 때만해도 혼외정사는 권력 있는 남자들의 권리처럼 여겨졌다”면서 “남자기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신문사도 그런 일에 대해선 ‘나 모르쇠’의 태도를 견지했었다”고 털어 놓았다. 이런 남자 위주의 세상 풍경은 1950년대와 60년대 맨해튼의 광고회사 내막을 파헤친 시리즈 ‘매드 멘’에서 잘 나타나 있다.


불운의 가문인 케네디가의 4형제 중 막내인 에드워드의 대통령의 꿈도 여자 때문에 무산됐다. 에드워드는 상원의원 시절인 1969년 7월 어느 날 밤 매서추세츠 주의 휴양지인 차파퀴딕 섬에서 자기 형 로버트의 선거 운동원이었던 20대의 여인 조 코페크니를 차에 태우고 운전하다가 차가 다리 위에서 아래 호수로 추락한 뒤 혼자 현장을 빠져 나왔고 코페크니는 익사했다. 이를 다룬 영화 ‘차파퀴딕’(Chappaquiddick·사진)이 현재 상영 중인데 영화에서 에드워드(제이슨 클락)가 사고 후 자기 참모들에게 “나 대통령 되기는 이제 다 틀렸어”라고 자탄한다.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이 한창일 때 정치 기고가 알렉산더 칵번은 “미국 사람들은 클린턴을 좋은 남편이 되라고 뽑은 것이 아니다. 섹스스캔들을 둘러싼 중구난방은 종교재판이 벌이는 코믹 오페라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말이다.

정치와 도덕은 물과 기름이요 권력과 부와 명성이 있는 곳에는 섹스가 술에 안주처럼 따르게마련이다. 도덕과 거리가 먼 장사꾼으로 권력과 부와 명성을 모두 거머쥔 트럼프가 과연 이번섹스 스캔들을 어떻게 넘길지 두고 봄직하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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