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전거의 미래

2018-04-12 (목)
작게 크게
차량공유 서비스업체인 우버가 9일 전기 자전거 서비스 업체인 ‘점프 바이크’(JUMP Bikes)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인수금액은 공식 발표되지 않았지만 1억달러 전후가 될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점프 바이크는 배터리로 가는 자전거를 제공하는 업체다. 우버는 이 업체 인수를 통해 자전거 공유부문에서의 주도적 위치를 굳히려는 것으로 보인다. 우버의 자전거에 대한 관심은 널리 알려져 있다. 우버의 음식배달서비스인 ‘우버잇츠’(UberEATS)는 이미 지난해부터 한국 등지에서 전기 자전거를 이용해 배달을 하고 있다.

자전거의 기원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최초의 자전거로 1817년 독일의 칼 드러아스가 만든 자전거를 꼽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나무로 만들어진 이 자전거는 체인과 페달이 없어 발로 땅을 짚으며 가야했다. 최초의 페달로 달리는 자전거는 프랑스인 대장장이 페이르 미쇼와 그의 아들이 1861년 만든 나무 자전거 ‘벨로시페드’(Velociped)였다.

거의 모든 발명은 시대적 필요와 상황에 따라 탄생한다. 자전거의 탄생 역시 그렇다고 설명하는 역사학자들이 있다. 이들에 따르면 1815년 인도네시아의 화산 대폭발로 기후변화가 생기면서 유럽의 농작물 작황이 악화되고 겨울 기근이 닥치면서 사람들이 말을 잡아 잡아먹을 수밖에 없었으며 그 결과 운송수단이 크게 부족해 졌다는 것이다. 이것을 메우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자전거라는 얘기다.


비슷한 역사는 200년이 흐른 지금 다시 반복되고 있다. 화석연료의 고갈과 공해, 그에 따른 기후변화와 도심지역의 공간부족 현상 등이 겹치면서 환경 친화적인 자전거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더해 전기 모터와 배터리 등 자전거를 힘들이지 않고 빠르게 가도록 만들어주는 테크놀러지가 발달하면서 관심은 한층 더 뜨거워지고 있다.

자전거의 발상지답게 유럽의 자전거 인기는 다른 지역의 추종을 불허한다. 유럽연합에서 팔리는 전기 자전거는 연간 150만대가 넘는다. 지난 10년 사이에 10배 가까이 늘어났다.

자전거의 탄생지로 꼽히는 독일은 자전거의 나라라고 해도 무방하다. 독일의 등록자동차는 4,500만대이지만 자전거는 7,000만대에 이른다. 직장인들이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건 일상이다. 정치인들은 자전거로 의사당에 가며 의사들도 자전거를 타고 병원에 수술하러 간다.

자전거가 각광을 받는 이유는 자동차에 비해 인프라 구축이 용이하고 주행에 필요한 공간도 크게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움직이는데 드는 비용 역시 자동차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저렴하다. 9일 시애틀의 교통관련 분석업체가 발표한 자동차 유지비용 현황을 보면 왜 자전거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는지 수긍이 된다.

발표에 따르면 2017년 미국 운전자들이 자동차 한 대를 운행하는 데 직·간접적으로 쓴 비용은 평균 1만288달러다. 이 비용은 자동차 매입 혹은 리스에 든 돈, 감가상각, 보수비, 연료비, 보험료, 그리고 주차비등을 포함하고 있다. 평균이 이 정도지 뉴욕과 LA 같은 대도시들은 이보다 수천달러가 더 든다. 특히 비용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3,000달러 이상이 각종 주차비와 관련 벌금으로 나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도시에서 자동차 한 대 굴리는 게 얼마나 경제적 부담이 되는지 생생히 확인시켜 준다.

그러니 자전거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런 현상이고 앞으로 더욱 그럴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 수요를 감당할 만한 인프라의 마련 등 여러 변수가 있지만 자동차에 밀려 구시대의 유물 정도로 취급 받던 자전거가 되살아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