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공 선택을 신중하게

2018-04-11 (수) 김순진 교육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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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 선택을 신중하게

김순진 교육심리학 박사

지난달 워싱턴포스트는 위스콘신 대학의 한 캠퍼스(Stevens Point)가 인문, 사회계열의 13개 학과를 폐쇄하고 대신 과학, 비즈니스 계열 학과를 신설할 것이라는 계획을 보도했다.

폐쇄 대상인 학과 중에는 영문, 불문, 독문학과 같은 어문학 계통과 미술, 역사, 철학, 사회학, 정치학과 같은 인문계 학과가 들어있고, 신설 내지 확장될 학과에는 화학공학, 컴퓨터 공학, 재정, 마케팅, 그래픽디자인, 환경공학, 수자원 관리, 기업경영이 들어있다.

이같은 혁신적인 계획은 소위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사회 및 경제구조의 급격한 변화와, 장래 취업시장에서 경쟁해야할 학생들의 변화에 대한 요구에 적극 대응한다는 의도에서 출발한 것이다. 인문계 학과에 지원하는 학생들의 숫자가 수년 연속 줄어들면서, 학과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이 이런 결정의 타당성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인문, 사회 계통의 학과들은 대학의 탄생과 함께 오랜 세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면서 대학의 명성을 유지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이번 위스콘신 대학의 캠퍼스가 예산부족이라는 현실적 문제 때문에 대학의 본래 목적인 진리탐구, 인격도야, 지도자 양성과 같은 고차원의 가치를 추구하는 학과를 밀어내고, 실용적 정보와 기술훈련을 제공하는 학과를 강화, 설치한다는 결정은 이해는 할 수 있어도, 유감스러운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추세가 확장되면, 대학은 진리 탐구와 정신적 문화 창출 대신 취업훈련에 집중하는 직업학교와 다름없는 기관으로 변질 된다는 우려가 생기게 된다. 하지만 대학 측의 결정이 근시안적이며, 성숙한 사회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현재로서는 힘을 얻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위스콘신 대학의 한 캠퍼스에서 실시예정인 이 개혁이 이 캠퍼스에만 한정될 변화일지 타주 대학에까지 미칠 대변혁의 시초일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

전통적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목표는 학문 추구, 정신적 만족, 엘리트층 진입, 경제력 향상 등으로 볼 수 있다. 지난 50년 동안 세상이 많이 바뀌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급격한 변화는 경제 분야, 쉽게 말해서 부에 대한 욕구의 폭발로 본다면, 대학생들이 전공과목을 경제적 안정을 보장하는 학과로 집중하는 것도 이해할만하다.

그렇지만 대학진학 학생들 모두가 이공계나 재정, 경영 분야처럼 돈을 잘 벌 수 있는 분야로만 집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 아니라, 건전한 사회조성에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인류 문명은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의 양대 축이 균형을 이루면서 발전해 왔다. 따라서 문학이나 예술에 뛰어난 재능을 타고난 학생들, 역사 철학 정치학 사회학 등에 관심과 열정을 가진 학생들을 장려하고, 장차 지도자가 될 기회를 주는 것이,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를 구성하는데 꼭 필요한 정책이다.

이제 입학에 성공한 예비 대학생들은 전공 선택이라는 큰 도전을 앞에 놓고 있다. 대다수의 학생들이 자신의 재능과 열정을 살리면서, 동시에 안정과 풍요를 약속해주는 전공을 선택하고 싶어 한다.

이 두 요소를 다 만족시키는 전공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어떤 조건이 자기 인생에 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지 냉정하게 따져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 신중한 검토를 거친 후 결정해야 할 것이다. 위스콘신 대학 한 캠퍼스의 학사개혁 시도가 타 대학으로까지 전파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김순진 교육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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