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면초가의 트럼프

2018-04-1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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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루이지애나에서 태어난 스테파니 클리포드는 어려서 부모가 이혼하는 바람에 편모 아래서 어려운 어린 시절 보냈다. 기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그는 10대 때 우연히 친구를 따라 스트립 클럽에 갔다 ‘게스트’ 출연 요청을 받고 무대에 선 것이 인연이 돼 스트리퍼로 사회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이 팬이었던 ‘모틀리 크루’ 멤버의 딸 이름인 ‘스톰’과 ‘남부 사람들이 사랑하는 술’ ‘잭 대니얼스’의 이름을 따 ‘스토미 대니얼스’라는 이름을 예명으로 사용하며 성인 영화에 출연, 2004년에는 ‘성인 비디오 뉴스’ ‘최고 신인상’을 타는가 하면 2014년에는 ‘성인 영화 배우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이름이 전 미국에 알려진 것은 올 1월 월스트릿 저널이 도널드 트럼프의 변호사인 마이클 코언이 2006년 트럼프와 성관계를 맺은 사실을 함구해 달라는 조건으로 그에게 13만 달러를 줬다는 사실을 폭로하면서부터다.


대니얼스는 현재 이 돈을 받으면서 작성한 계약서에 트럼프 이름이 빠져 있기 때문에 무효라면서 자유롭게 트럼프와의 관계를 말할 수 있게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트럼프는 최근 이 계약서의 존재를 아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 뗐다.

이제 와서 성관계를 맺은 사실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한 말로 보이나 이로 인해 또 다른 골치아픈 문제가 생겼다. 본인이 모르는 계약서가 작성됐다면 이는 무효라는 대니얼스의 주장이 힘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이 와중에 더 큰 문제가 터졌다. 연방 검찰이 코언의 변호사 사무실과 자택을 덮쳐 그가 트럼프와 주고 받은 온갖 자료를 압수해 갔기 때문이다. 검찰이 법이 보장하고 있는 ‘변호사-고객 특권’을 깨고 변호사 사무실을 급습해 관련 자료들을 가져간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변호사가 범죄 행위에 적극 가담했다는 정황이 있어야 한다.

이번 압수 수색이 집행되기 위해서는 연방 맨해튼 남부 지검 검사장과 연방 법무부 부장관의 승인이 있어야 하고 이것을 다시 연방 판사가 조회한 후 압수 수색 영장을 발부해야 한다. 이들이 모두 이를 허락했다는 것은 이미 상당한 정황 증거가 수집됐음을 말해 준다.

포르노 배우와 하루밤 잔 것은 범죄가 아니다. 그러나 이를 덮기 위해 사법 방해와 자금 세탁, 선거 자금법을 위반했다면 그건 범죄다. 닉슨과 클린턴을 사임과 탄핵으로 몰고 간 것도 원래 잘못보다 이를 덮으려다 저지른 범죄 행위 때문이다.

이 소식을 들은 트럼프는 이를 “우리 나라에 대한 공격”이라며 특별 검사 해임 가능성을 내비쳤으나 이는 특별 검사 해임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번 압수 수색을 집행한 사람은 연방 검찰 맨해튼 남부 지검장으로 현재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은 트럼프가 임명한 조프리 버만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미국 역사상 가장 추잡한 삶을 살아온 대통령이다. 파산법을 악용해 수많은 투자가들의 돈을 날리고도 자신은 손해 없이 빠져 나왔고 트럼프 대학을 세워 가난한 학생 돈을 사기쳐 먹었으며 불법체류자를 고용하고 도급업자들 공사 대금을 주지 않는가 하면 수많은 성추행과 불륜 행각을 저지르고 자랑스럽게 떠벌이고 다녔다.

그러고도 대통령 자리까지 올랐으나 이제 일개 포르노 배우 한 명에 발목을 잡혀 망신은 망신대로 당하고 법적 처벌까지 눈 앞에 두고 있다. ‘시적 정의’가 있다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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