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스피드 영웅’ 이승훈에게로 향한 빙상계 ‘적폐 논란’

2018-04-1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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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창 금메달 당시 후배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에 부정적 시선

▶ ‘금메달 지상주의’ 더이상 안돼…일각에서는 ‘발목잡기’라며 반발

‘스피드 영웅’ 이승훈에게로 향한 빙상계 ‘적폐 논란’

(강릉=연합뉴스) 24일 오후 강원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이승훈이 정재원과 태극기를 들고 트랙을 돌고 있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영웅' 이승훈(대한항공)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나고 빙상계에 몰아친 '적폐 논란'의 수렁에 빠졌다.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승훈 메달 박탈'이라는 제목으로 청원이 올라왔다. 이에 앞서 지난 8일부터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승훈 금메달 박탈', '이승훈 선수은퇴하시죠', '전명규 빙상연맹 조사와 처벌 그리고 이승훈 김보름 박지우 국대 박탈해주시기를' 등의 제목으로 청원이 줄을 이었다.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에서 금메달을 따낸 이승훈은 아시아 선수 최초로 동계올림픽 무대에서 5개의 올림픽 메달(금3·은2)을 목에 걸면서 한국의 빙상 영웅으로 우뚝 섰다.


하지만 이승훈은 지난 7일 방영된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의 '겨울왕국의 그늘 - 논란의 빙상연맹'편에서 전명규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의 가장 큰 비호를 받은 수혜자로 그려지자 순식간에 '빙상 영웅'에서 '빙상 적폐'로 몰리는 처지가 됐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전 부회장이 2018 평창올림픽 매스스타트에서 이승훈이 금메달을 따낼 수 있도록 정재원(동북고)을 페이스메이커로 나서게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1년 동계아시안게임 때도 전 부회장의 지시로 이승훈보다 기록이 좋은 선수를 페이스메이커로 나섰고, 해당 선수는 슬럼프를 겪었다는 증언도 내보냈다.

방송을 본 네티즌들은 이승훈이 전 부회장의 특혜 속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됐다며 '빙상계 적폐'로 낙인을 찍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승훈의 메달 박탈을 요구하는 청원까지 올리는 사태로 번졌다.

이승훈은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남자 10,000m에서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금메달을 따낸 데 이어 5,000m에서 은메달을 차지하면서 장거리의 간판으로 자리매김했다.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도 팀추월 은메달리스트가 된 이승훈은 올해 평창올림픽에서도 매스스타트 금메달과 팀추월 은메달을 추가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평창올림픽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매스스타트 금메달이 이승훈을 '적폐'로 만드는 원인이 됐다.


당시 매스스타트에서 이승훈은 정재원과 함께 결승에 나섰다. 경기 중후반까지 정재원이 소위 '페이스메이커'로 나서 경쟁자들의 체력을 소진하는 역할을 맡았고 이승훈은 막판 스퍼트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매스스타트 자체가 국가 대항이 아닌 개인전인 상황에서 '작전'이 구사됐다는 사실 때문에 일부 팬들은 정재원의 희생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과거에는 메달 획득에만 관심이 집중됐지만 다른 선수의 희생을 통한 '금메달 지상주의'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 부정적으로 바뀐 것도 이번 논란에 큰 영향을 줬다.

일각에서는 정해진 레인 없이 오픈으로 치러지는 매스스타트는 같은 나라 선수끼리 작전을 세우는 게 일반적이라는 종목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이 나온다. 그러나 연맹 고위층이나 지도자의 일방적인 지시에 의한 개인 희생은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이승훈에 대한 '적폐 논란'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많다. 이승훈을 응원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도 올라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이승훈 선수 메달 박탈이라니요. 한국인의 고질적인 나쁜 습성. 잘하는 이 끌어내리기. 발목잡기로 보입니다. 빙상연맹의 잘못된 운영을 개선해야 하는 게 본질 아닌지요"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승훈은 이번 논란에 대해 공개적인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이승훈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이승훈이 방송을 보고 허탈하다는 심정을 토로했다"라며 "올림픽 영웅에서 하루아침에 빙상계 적폐로 몰리는 상황이 우울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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