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스트롱맨 전성시대(?)

2018-04-1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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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롱맨의 전성시대가 도래한 것인가. 시진핑이 21세기 중국의 황제로 추대됐다. 그리고 한 주가 못돼 푸틴은 러시아의 차르로 등극했다. 그뿐이 아니다.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그리고 유럽 등지에서도 전체주의의 물결이 날로 거세지면서 던져진 질문이다.

‘스트롱맨 중의 스트롱맨’, 혹은 ‘21세기 형 스트롱맨의 모델’ 하면 먼저 지목되는 인물은 러시아의 푸틴이다. 그가 내세운 모토는 위대한 러시아의 부활이다. 이를 위해 그가 도입한 전술은 하이브리드 전쟁이다.

기존의 군과 군의 충돌이 아닌 정보전과 사이버전, 심리전 등 비군사적 방법을 이용해 상대국을 뒤흔드는 전쟁이 하이브리드 전쟁이다. 그러니까 가짜 뉴스 살포, 해킹, 변형된 비군사적 파괴, 혼란공작 등도 모두 이 범주에 속한다. 조폭도 동원된다.

푸틴의 러시아는 바로 이 하이브리드 전쟁을 통해 무뢰한처럼 행동해왔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크림반도를 합병했다. 러시아 정보기관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흔들려고 조작된 가짜 뉴스를 유포해왔다. 심지어 미국의 대선에도 개입했다.


망명한 기업인이나 전직 정보요원 살해도 서슴지 않는다. 영국 땅에서 발생한 영 정보기관에 협조한 러시아 이중 스파이 독살사건이 바로 그 케이스다.

지난달 4일 영국의 솔즈베리시의 한 쇼핑몰 앞 벤치에서 남녀 한 쌍이 의식불명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신원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10여 년 전까지 러시아 군 정보부에 근무하며 영국의 MI6에 협조한 ‘이중 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 대령이고 여자는 그의 딸이었던 것.

이 사건이 계기가 됐다. 빤한 러시아의 소행이다. 그런데 발뺌으로 일관한다. 그 푸틴 식 뻔뻔함에 마침내 서방세계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영국에 동조해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물론 비유럽국가들도 가세, 30개국이 러시아 외교관 추방에 나섰다.

서방세계의 단합된 행동은 단순한 영국에 대한 연대차원에서가 아니다. 지긋지긋하도록 해킹을 해오는 등 국제깡패 러시아에 쌓여온 불만이 마침내 폭발한 것이다. 그 분노폭발은 군사조치로도 이어지고 있다.

나토(NATO)는 5,000여 명의 병력이 집결된 폴란드와 발틱 국가 등 최전방에 4,600여 명의 병력을 추가 배치했다. 그리고 미국의 계획에 따라 나토는 30대대, 3만여 병력을 유사시 대비 신속 배치하는 안 마련에도 착수한 것이다.

겁 없이 설쳐댔다. 그러다가 한 방 맞은 꼴이라고 할까. 그게 푸틴의 모양새다. ‘21세기 스트롱맨의 원조’로서 그 위상이 형편없이 추락한 것이다.

당장 두 달여를 앞둔 러시아 월드컵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러시아 월드컵은 푸틴의 개인권력을 유지하는데 악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았었다. 그런 상황에서 러시아 월드컵 보이콧 운동도 벌어지고 있어서다.

국제사회에서 ‘왕따‘가 된 푸틴. 무엇을 말하나. 스트롱맨의 영광은 잠시잠깐, 몰락은 생각보다 일찍 올 수도 있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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