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을 건너 한국에서 불고 있는 ‘미투’ 바람으로 연일 유명 인사들이 쓰러지고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망한 인간 중 정봉주만큼 드라마틱한 경우도 없을 것이다.
정봉주가 누구인가. 그는 지난 2007년 ‘이명박 주가 조작 의혹 사건 진실 규명 대책단’ 공동 단장을 맡아 “이명박 후보와 김경준씨의 결별은 거짓이다”라고 주장했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인물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작년 12월 사면 복권돼 공직에 출마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는 지난 달 그 여세를 몰아 서울 시장에 출마한다는 기자 회견을 하려 했다.
그런데 회견 당일 돌발 사태가 터졌다. 한 여성이 그가 수감되기 전 날인 2011년 12월 23일 한 호텔에서 정봉주가 자신을 성추행하려 했다는 주장을 ‘프레시안’이라는 매체를 통해 한 것이다. 정봉주는 즉시 기자회견을 중단하고 숙고에 들어가더니 자신은 당일 그 호텔에 간 적도 그 여성을 만난 적도 없다며 이 소식을 전한 프레시안 기자 등을 고소했다. 그리고는 성추행이 발생했다는 날 사진 780장을 공개하며 자신의 알리바이를 증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단지 무죄 주장을 넘어 프레시안 보도를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여성과 프레시안이 “정치적 의도”에서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몰아부쳤다. 그와 ‘나꼼수’를 함께 진행한 김어준은 자신의 공중파 방송인 ‘블랙 하우스’에서 정봉주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하며 그를 보호하는데 앞장섰다.
한 동안 진실공방이 오가며 오래 갈 것 같던 이 사건은 싱겁게 끝났다. 호텔에 간 사실을 펄펄 뛰며 부인하던 정봉주가 사건 당일 호텔에서 결제한 카드 사용 기록이 나왔다며 고소를 취하하고 정계 은퇴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호텔에 간 기억이 없다며 “유리한 증거가 많이 있다는 생각에 덮고 가고 싶었던 유혹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면서 마치 자신이 유혹을 이기고 양심 고백을 한 것 같은 주장을 폈다. 그러면서도 피해 여성에 대해서는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았다.
정봉주 못지 않게 ‘미투’로 망한 사람이 있다면 그는 단연 김생민일 것이다. 그는 20여년 동안 무명 방송인으로 있다가 짠돌이로 거액의 재산을 모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청취자의 지출 내역을 분석해주는 ‘김생민의 영수증’이란 팟캐스트에 출연했으며 이것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지상파를 타게 됐고 최근에는 10여개의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깨끗한 외모, 성실한 생활 태도, 잘한 일에는 “그뤠이트”, 못한 일에는 “스튜피드”를 외치는 그는 돈이 없어 연애, 결혼, 출산을 못한다는 ‘3포 시대’ 젊은이들의 새로운 우상이 됐으며 “그뤠이트”와 “스튜피드”는 새로운 유행어가 됐다.
그런 그가 10년 전 노래방에서 스태프를 성추행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모든 방송에서 하차하고 방송계에서 퇴출됐다. 그는 이 사실이 폭로되자 “도끼로 내 발등을 찍었다”며 펑펑 울었다는데 참 그의 말대로 “슈퍼 울트라 스튜피드”한 짓을 한 셈이다. 그래도 그는 음모론을 내세우거나 상대방을 고소하지 않고 모든 걸 인정했다.
최근 한국과 미국에서 일고 있는 ‘미투 운동’은 아무리 잘 나가는 인간도 한 방에 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수십년간 혹시 내가 죄없는 여성을 괴롭히지 않았나 두려워 하며 잠 못드는 유명인들이 하나 둘이 아닐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