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과 추억-독립애국지사 송헌주 선생을 기리며

2018-03-23 (금) 박신영 / LA총영사관 교육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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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독립애국지사 송헌주 선생을 기리며

송헌주 선생 <일러스트- 서준혁>

나라 밖에 다른 국가가 있고 외국을 여행하는 것에 대해 보통사람으로선 상상조차도 못하던 시절인 19세기말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암울한 시기인 일제 강점기에 개인의 명예와 안위는 뒤로 한 채 오직 조국의 국권수호에 혼신을 다한 엘리트 독립지사 한분을 LA 부임 후 운명처럼 알게 되었다. 송헌주 선생이다.

한인사회에서도 그다지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송헌주 선생은 1900년도 초 한인이민 초기에 미국 하와이 이민을 시작으로 본토로 이주하여 미국 동부 명문인 로녹(Roanoke) 대학을 다니던 중 고종황제의 부름을 받고 헤이그 만국평화회의 특사들의 통역을 맡으셨다. 우리에게 익숙한 이준, 이상설, 이위종 특사의 사진을 찍은 장본인이기도 하다.

김규식 선생과 의형제를 맺고 일생 잃어버린 조국을 찾기 위해 활약하기로 맹세하였고, 상해임시정부 운영에 필요한 실질적인 재원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하셨다. 현재 제퍼슨가에 있는 대한인국민회기념관(당시 명칭은 대한인국민회 북미총회관)을 짓기 위해 의연금 모금 등의 활동을 통해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특히 고국에 남겨둔 부인과의 생이별이라는 송헌주 선생의 가족사는 우리의 가슴을 저미게 하며 프린스턴과 같은 명문대학 졸업자가 누릴 수 있는 특권을 마다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나라의 주권이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것을 유학생 신분으로 몸소 실천하셨다.

나라가 보다 일찍 독립을 이루었다면 국가건설에 있어 거목으로 쓰였을 분인데 세월의 강물 속에 그냥 잊혀지고 있다는 사실이 송구하고, 독립운동 애국지사들의 숨결이 서려있는 천사의 도시에서 바쁜 일상에서 선생님의 애국애민 흔적이 그냥 묻혀 있는 게 아쉽기만 하다.

송헌주 선생은 우리나라의 독립운동가이자, 학자, 목회자로서는 물론 미주 한인사회의 존경받는 선각자로서 한인들은 물론 다인종사회인 미국사회 시민들에게도 진정한 지도자로서 소개돼야 할 인물이다. 우리 모두 송헌주 선생 추모활동에 참여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선생이 서거하신 7월, 후손인 우리는 빛바랜 사진 속에서도 느낄 수 있는 늠름한 기상으로 애국선조가 되어주심에, 그리고 선생의 땀과 고뇌에 대해 깊이 감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송헌주 선생 같은 훌륭한 선배가 5,000년 유구한 역사와 함께하고 우리 곁에 계셨었음에 자긍심을 느끼며 대한인의 자손임을 되새겼으면 한다.

<박신영 / LA총영사관 교육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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