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의 의견-친절한 옆집 청년

2018-03-22 (목) 한연선 / 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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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이 다 되어간다. 가족들은 일찌감치 잠이 들었고 나는 글을 쓰는 중이다. 우리 동네는 주택만 있기 때문에 이 시간이면 쥐 죽은 듯 고요하다.

그런데 이 고요함이 오늘처럼 느닷없이 깨지는 때가 가끔 있다. 그건 주로 굉음을 내는 엔진 소리가 들릴 때이다. 옆집 청년이 귀가했나 보다. 그는 스무살 남짓 된 앳된 청년인데 자동차 조립과 단장에 무척이나 열심이다. 개조인지 조립인지 분명치 않은 그의 차는 늘 유별나다. 처음 차는 조수석 문만 까만 흰색 자동차였는데 출발할 때마다 엄청난 매연을 뿜어댔다. 남의 차가 무엇이든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매연에 이어 굉음이라니 정말 탐탁지 않았다.

그런데 이 엔진 소리가 더 이상 힘들게 들리지 않게 되는 일이 있었다. 어느 날 아들과 뒷마당에서 비행기 날리기 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비행기가 담장을 넘어갔다. 옆집 대문을 두드렸더니 그 청년이 나왔다. 외출을 하려던 참이었던 것 같은데 비행기를 찾아주러 선뜻 다시 들어간다.


그리고 찾은 것을 아이에게 건네며 ‘너 비행기 정말 쿨하다!’며 웃어 보인다. 나는 그의 친절에 내심 놀랐다. 그리고 깔끔한 옷차림에 얌전한 자동차를 몰아야 친절하고 바른 사람일 것이라고 여겼던 나의 편견에 더 놀랐다.

어쩌면 내가 언짢았던 것은 시끄러운 엔진 소리 때문이 아니라 모범적으로 보이지 않는 그의 취향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친절을 마주하자 일방적인 오해가 미안해졌다.

<한연선 / 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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