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 현 상태 및 과거 상태까지 공개해야
▶ 주택내 사망사실·납성분 페인트 등도 알려야
주택 거래시 셀러는 바이어에게 반드시 매물의 상태를 공개해야 한다. 매물 결함을 포함, 매물 가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되는 사항이 공개 항목에 포함된다. 주별로 관련 규정이 조금씩 다르고 공개해야 하는 사항에 대한 해석도 엇갈려 셀러와 바이어간 분쟁이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애리조나주에서는 성인 영화 촬영 장소로 사용됐던 주택이 매물로 나왔는데 셀러가 관련 사실을 바이어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다행히 바이어가 오퍼를 제출하기 전에 사실을 알게돼 계약 체결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온라인 부동산 정보 업체 ‘리얼터 닷컴’이 집을 팔 때 셀러가 공개해야 하는 사항을 정리했다.
■ 매물로 나온 성인 영화 촬영 주택
애리조나 지역 언론인 애리조나 리퍼블릭에 소개된 사연에 따르면 린다 페인은 파라다이스 밸리 지역에 나온 매물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모던한 디자인의 매물은 약 4,172평방 피트로 침실 4개와 욕실 3.5개를 갖추고 있었다. 페인이 이 매물에 마음을 뺏기게 된 이유는 바로 넓은 대지다. 약 1.3 에이커에 달하는 넓은 대지에 병풍처럼 펼쳐진 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아주 좋은 입지 조건까지 갖추고 있었다.
리스팅 가격이 조금 벅찼지만 그래도 최상의 조건으로 오퍼를 써보려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집을 내놓은 부부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왔다. 셀러 부부는 다름 아닌 성인 영화 산업에서는 꽤나 이름이 알려진 인물들로 집을 성인 영화 촬영 장소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성인 영화 마니아라면 한 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이 집에서는 적지 않은 편수의 성인 영화가 촬영됐다.
페인은 순식간에 매물 구입에 대한 관심이 사라졌다. 관심이 사라진 것뿐만 아니라 약간은 역겨운 기분까지 들었다고 한다. 페인은 애리조나 리퍼블릭과의 인터뷰에서 “가족들을 위한 추수 감사절 저녁 식사를 성인 영화 촬영 장소에 준비할 수는 없다”라고 구입 계획을 취소한 이유를 밝혔다.
■ 셀러, ‘찜찜한 과거’ 밝혀야 할 의무 있다
대부분의 바이어라면 페인이 왜 구입 취소 결정을 내려야 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완벽한 조건을 갖춘 매물이라고 해도 ‘찜찜한 과거’가 숨겨져 있다면 바이어들의 구입 결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주택 거래 과정 중 셀러가 바이어에게 매물의 현 상태는 물론 과거 상태까지 공개해야 한다는 규정이 마련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셀러에게 이미 알려진 사실 중 매물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사항은 반드시 바이어에게 공개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집에서 사망 사실이 있었는지, 사망의 원인이 자연사인지 아니며 살인인지, 또는 인근에 성범죄 전과자가 거주하는지 등의 사항은 의무 공개 사항에 포함된다.
그런데 페인의 사례처럼 성인 영화 촬영 장소로 사용된 사실까지 공개해야 하는지는 주마다 조금씩 다른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페인이 집을 구입하려고 했던 애리조나주와 같은 경우는 셀러가 성인 영화 촬영 장소였다는 사실까지 공개할 의무는 없다. 만약 페인이 이같은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고 주택 구입 계약을 체결했더라면 자칫 계약을 취소하고 싶어도 디파짓 금액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수도 있었다.
■ 매도 먼저 맞는 편이 낫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법으로 규정된 공개 사항이 아니더라도 바이어의 주택 구입 결정에 영향을 줄만한 사항을 셀러가 알고 있다면 사전에 공개하는 편이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페인의 사례에서처럼 바이어가 특별히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경우에는 의무 사항이 아니더라도 집이 성인 영화 촬영 장소로 사용됐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편이 셀러를 위해서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웬만한 정보는 다 검색할 수 있기 때문에 시기상의 문제일 뿐 매물의 과거는 바이어가 언젠가는 다 파악하게 되는 세상이다. 집을 못 팔 것이라는 우려로 현재 위험을 회피하면 나중에 바이어와의 구입 계약이 체결된 뒤에는 그 위험이 더욱 커지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셀러에게 공개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도 바이어가 주택 거래 도중 구입 계약을 취소하게 되면 셀러도 피해를 피하기 힘들다.
바이어의 구입 계약 취소로 인한 도미노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새집을 구입하려고 했던 셀러의 계획에 차질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그동안 투입된 매물 홍보 노력도 일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만다. 매물을 다시 시장에 내놓게 되면 ‘다시 나온 매물’이라는 꼬리표가 달려 바이어들로부터 취소 사유에 대한 의심만 받기 쉽다.
■ 일반적인 셀러 공개 사항
◆ 수리 사실: 주택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되는 수리 사실을 공개한다. 수리를 실시한 뒤 결함이 해결됐다고 해도 공개하는 편이 좋다. 지반, 건물 구조, 상하수도, 전기, 냉난방, 지붕 등의 결함과 관련된 수리는 반드시 공개 항목에 포함한다. 직접 실시한 수리 외에도 집을 살 때 전 주인이 밝힌 수리 사실을 바이어 측에 공개하는 것도 셀러의 정보 공개 의무에 포함된다.
◆ 주택 내 사망 사실: 일부 주는 주택 거래 시 바이어 측에게 반드시 사망 사실을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주별로 사망 시기와 사망 원인에 따라 공개 규정에 조금씩 차이는 있다. 주택 결함으로 인한 사망 또는 범죄로 인한 사망일 경우 공개하도록 규정하는 주가 많다.
가주의 경우 3년 내에 사망 사실이 있을 경우 사망 원인과 함께 바이어 측에 밝히도록 하는 의무 규정이 있다. 사망 원인이 자연사나 자살일 경우 공개 의무에서 제외하는 주가 많지만 그래도 순조로운 주택 거래를 위해 공개하는 편이 좋다.
◆ 납성분 페인트: 납성분 페인트 사용과 관련된 사항은 연방법으로 규정된 공개 사항으로 주택 거래 시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
납성분 페인트 관련 공개서는 1978년 이전에 건축된 주택의 경우 납성분이 포함된 페인트가 사용됐을 수도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1978년 이전에 지어진 주택을 구입하는 바이어의 경우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 이웃: 주변 이웃으로 인해 쾌적한 주거 생활이 방해받을 수 있다고 판단될 경우도 의무 공개 대상에 포함된다. 소음이 심한 이웃, 인근 쓰레기 매립지, 인근 공항, 공장 및 상가 인접 지역, 교도소 및 군사 시설 인근 지역인 사실도 공개 대상이다.
◆ 자연재해 또는 환경 유해 물질: 자연재해 다발 지역 또는 잠재적인 환경 오염 위험이 있는 지역도 공개 대상이다. 산불, 지진, 홍수 등이 자연재해에 포함된다.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가주의 경우 ‘자연재해 공개 의무 규정’(Natural Hazard Disclosure Act)을 두고 있다. 대부분 외부 환경 조사 업체를 통해 공개 의무를 대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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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