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의 의견-세월 속의 우리 모습

2018-03-21 (수) 방무심 / 프리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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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예, 누구신지요?” “예전에 00 교회에 다녔던 박00입니다.” 아침 시간에 전화 받은 첫 인사로는 생각이 나지 않았지만 십 년 전쯤에 같은 교회에서 만났던 박 집사인 줄 알아차렸다. 보고 싶던 차에 대화는 만나서 하기로 하고 집 근처 ‘맥’ 다방에서 10시30분에 약속을 하였다.

조금 일찍 약속장소에 도착해보니 중국분만 이곳저곳에 자리 잡고 노년의 허적함을 담소로 즐기고 있었다. 이곳은 오래전 건물인지라 장소가 넓어서 둘러보다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혼자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간간이 둘러봐도 그분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내 앞 두 개의 식탁 넘어 앉은 나이 지긋한 동양분인 듯싶은 사람도 스마트폰을 보며 있는 모습에 동질감을 느낀다.


10시 45분이 되었을 때 혹시 같은 지역 다른 ‘맥’ 다방으로 가르쳐주지 않았나 싶어 다시 검색하니 틀림없는 이곳이다. 그즈음에 전화가 울린다.“ 여보세요” “예, 집사님 어딥니까? 지금 기다리고 있는 데요.” “나도 여기 와 있습니다.” 그리고 앞을 바라보니 내 앞 두 테이블 너머에 있는 분과 눈이 마주쳤다. 아니! 바로 앞에 있는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고 30분간 서로 마주했던 것에 웃음이 난다.

그동안 서로의 모습은 많이 변했다 해도 이렇게 세월이 우리를 속일 줄은 몰랐다. 아니! 단지 내가 늙어가고 있는지를 모르고 하루하루의 삶에 부대끼어서 인지도 모른다. 앞으로는 가는 세월을 내 마음속에 보듬고 살아야겠다.

<방무심 / 프리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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