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격 올리고 직원 줄이고…언제까지 버틸지” 최저임금 15달러 시대의 허와 실

2018-03-17 (토) 12:00:00 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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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가주 이어 LA도 7월부터 13.25달러

▶ 노동집약적 봉제·요식업계 직격탄, 주거비 등 뛰어 월급 올라도 실감 못해

“가격 올리고 직원 줄이고…언제까지 버틸지” 최저임금 15달러 시대의 허와 실
샌프란시스코를 포함해 북가주 대부분 지역의 최저임금이 올해 10월까지 순차적으로 15달러로 인상될 예정인 가운데 LA시와 LA 카운티 직할 지역내 26인 이상 종업원을 둔 영업장의 최저임금도 오는 7월1일부터 시간당 13.25달러로 올라갈 예정이어서 해당 지역에서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한인 업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중심인 마운틴뷰, 서니베일이 지난 1월부터 15달러 시대를 연데 이어 오는 7월부터 샌프란시스코와 에머리빌의 시간당 최저임금이 15달러로 올라간다.

현행 LA시 최저임금은 직원 26명 이상 이상 업체는 시간당 12달러, 25명 이하 업체는 시간당 10.50달러이다.


하지만 LA 시와 카운티 지역의 경우 오는 7월1일부터 26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한 업체는 시간당 최저임금이 13.25달러, 25명 이하 업체는 12달러로 각각 인상된다.

지난 2014년부터 점진적으로 오르고 있는 최저임금으로 타격을 받는 곳은 인건비 비중이 높은 한인 요식업계와 의류업계다. 이미 한인타운 대부분의 음식점들의 가격은 최저 임금 인상에 따라 상향 조정됐으며, 일부 음식점은 종업원수를 줄이는 식으로 대응해 나가고 있다.

1주일에 40시간 일하는 직원의 경우 최저임금이 1달러 인상되면 월 급여가 160달러 올라가게 되는데 업주 입장에서는 직원이 적은 소규모 업체라도 지난 2014년 이후 직원 1인당 급여 부담이 월 500달러 가까이 더 올라간 셈이라는 것이다.

한 중식당 대표는 “불과 몇 년 전 9달러였던 최저임금이 또 앞으로 2~3년 뒤에는 15달러로 오를 텐데 재료비에 렌트비에 최저임금까지 오르다보니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그나마 단골 손님 덕분에 간신히 버티고 있지만 언제까지 영업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LA 다운타운 의류업계에서도 문을 닫거나 아예 타주로 공장을 옮기는 등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

한 의류업체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종업원들이 그냥 나와서 시간만 때우고 가려는 경우가 많아 직원 관리가 너무 힘이든다”라며 “워컴(종업원 상해보험)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공장을 돌리는 것 자체가 손해다. 조만간 파산을 신청하던지 공장을 타주로 옮기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부 샤핑몰은 발렛 파킹 요금까지 인상하는 등 소비자들 입장에서도 최저 임금인상에 따른 또 다른 피해를 보고 있다.


한인 직장인 이모씨는 “렌트비, 생활비, 개스비, 음식값, 발렛 요금 등 월급을 제외한 모든 사회적 비용이 다 인상된 느낌”이라며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인상도 필요하겠지만 렌트비나 주택가격 등 치솟는 물가를 잡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지 않겠나”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시애틀을 표본으로 각각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효과를 분석한 UC버클리와 워싱턴대의 결론은 정반대로 발표됐다.

UC버클리의 마이클 리치 교수팀은 최저 시급이 8.55달러에서 13달러로 인상된 2010~2016년의 변화를 외식업계 근로자로 한정해 조사했는데 결과는 최저임금이 10% 오를 때마다 소득은 1% 증가했고, 고용은 줄지 않았다고 발표한데 반해, 워싱턴대 제이콥 비그도르 교수팀은 최저 인상으로 근로시간 9.4% 감소, 일자리 수도 6.8% 축소로 소득이 월 평균 125달러 감소했다는 상반된 결과를 내놨다.

<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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