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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시… 백신접종 기피에… 환자발생 작년 4배 급증

2018-03-16 (금) 한국일보-New York Tiem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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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2만1,315건, 35명 사망, 루마니아 5,562건으로 최다

▶ 아직도 ‘백신이 자폐증 유발’, 잘못된 학설 그대로 믿어

집시… 백신접종 기피에… 환자발생 작년 4배 급증

루마니아를 필두로 유럽 대륙에서 홍역 백신 접종을 받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전염병이 4배나 증가했다. [사진 David Goldman/ NY Times]

지난해 유럽에서 홍역이 급증했으며 적어도 35명의 어린이가 이 전염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됐다.

홍역 바이러스는 루마니아에서부터 영국까지 전체 유럽 대륙에서 백신 접종을 받지 않은 아이들을 공격하고 있다. 기록된 케이스만 2016년 5,273건에서 2017년 2만1,315건으로 4배나 증가했다.

지난해 가장 홍역이 많이 발병한 나라는 루마니아로, 5,562건이 나왔으며 사망자의 대부분이 이곳에서 나왔다. 루마니아의 농촌에는 ‘집시’들인 로마인구가 다수 살고 있는데 이들은 아이들에게 예방 접종을 실시하지 않고, 병에 걸려도 즉시 병원에 데려가지 않는 사람들이다. 게다가 루마니아는 공중보건 시스템이 열악한 실정이다.


두 번째로 홍역이 많이 발생한 곳은 이탈리아로, 5,006건이 발발해 3명이 사망했다. 이들 중 88%는 한번도 백신 접종을 한 적이 없었고, 7%는 권장량을 모두 접종하지 않은 사람들이었다고 유럽 예방 및 질병통제센터가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4,767건의 홍역 케이스가 있었고, 벨기에, 영국, 프랑스, 독일, 그리스, 러시아, 타지키스탄에서는 거의 1,000건의 발병을 보였다.

유럽 전역의 예방 접종 비율은 미국보다 낮다. 유럽에서는 백신에 반대하는 운동이 오래전부터 다양한 형태로 계속돼 왔으며, 일부 보수 개신교 종파는 백신 접종이 하나님의 뜻에 위배된다고 믿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꼭 20년 전 앤드류 J. 웨이크필드 박사는 8명의 아동에 대한 연구에서 홍역 유행성이하선염 풍진(MMR)의 백신이 장 염증과 자폐증을 유발했다고 ‘더 란셋’지에 발표했다. 이 저널은 닥터 웨이크필드가 백신 회사를 고소하는 변호사에게 고용된 유료 컨설턴트였음이 밝혀진 후 그 논문을 철회했으며 웨이크필드는 영국 의료 면허를 잃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논란은 안티-백신 히스테리의 물결을 촉발시켰다. 2016년 런던 위생 및 열대의학 학교(London School of Hygiene and Tropical Medicine)가 주도한 67개국 조사에 따르면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회의론은 프랑스에서 가장 높았다. 또한 러시아, 우크라이나, 그리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서도 높았다.

홍역 발병으로 일부 유럽 국가들은 엄중 단속에 나섰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에서는 부모가 자녀에게 예방 접종을 받거나 최소한 의사와 상의하도록 하는 법률이 통과되었다. 이탈리아와 독일은 이를 준수하지 않는 부모에게 600~3,0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질병통제 및 예방센터는 현재 영국, 그리스, 이탈리아, 루마니아, 세르비아 및 우크라이나를 방문하는 미국인에게 1단계 여행경보를 내리고 있다. 60세 미만의 여행자는 가기 전에 2회의 홍역 백신 접종을 해야 한다.(1957년 이전에 태어난 사람은 모두 홍역을 앓았으며 따라서 면역성이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미국은 2000년에 홍역 전염이 근절됐지만 그 이후로도 감염된 여행자들에 의해 산발적인 발병이 있었다. 2015년의 ‘디즈니랜드 발병’은 7개주에서 150건 이상을 발생시켰는데 이것은 단 1명의 놀이공원 방문자가 39명을 감염시킨 경로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당국자들은 파악하고 있다. 그 결과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학생들의 백신 접종 의무에 ‘개인적 신념’에 따른 면제를 금지했고, 예방 접종 비율이 크게 상승했다.

미국에서 홍역은 20건 중 한 건의 비율로 폐렴을 일으킨다. 1,000건 당 1~2건은 치명적이고, 일부는 시력이나 청각을 잃는다. 어린이 영양실조와 건강관리가 거의 드문 국가들에서는 사망률이 6%에 이른다고 세계 보건기구(WHO)는 전했다.

유럽에서는 주춤했지만 예방 백신으로 인해 홍역 사망자는 전 세계적으로 크게 감소했다. 1980년대에만 해도 홍역으로 매년 260만명이 사망했으나 2016년에는 기록이 시작된 후 처음으로 사망자 수가 10만명 이하로 떨어졌다.

지난 20년간 자선 기부자들은 빈곤 국가들의 홍역 퇴치를 위해 55억회의 백신 접종을 지원했다.

<한국일보-New York Tiem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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