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머릿결 손상없고 오래 가는 ‘그래핀 모발 염색제’ 개발

2018-03-15 (목) 09:5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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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노스웨스턴대 연구진, 학술지 ‘켐’에 발표

머릿결 손상없고 오래 가는 ‘그래핀 모발 염색제’ 개발

염색하기 전의 금발 모발(왼쪽)과 그래핀 염색약으로 염색한 후(오른쪽)의 모습. 오른쪽 그림 위에 적힌 분자식은 그래핀의 구조를 표시한 것이다. [노스웨스턴대 제공]

현재 널리 쓰이는 모발 염색제는 대부분 머릿결을 심하게 손상한다.

화학물질이 머리카락 가닥 바깥의 케라틴 표피층을 손상시키고 그 안쪽에 색소를 침투시키는 방식이므로 머릿결이 탄력을 잃고 푸석푸석해진다.

그러나 이번에 미국 노스웨스턴대 연구진이 탄소 원자들로 이뤄진 '그래핀'(graphene)이라는 물질로 인체에 무해하며 오래 가는 모발 염색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머리카락 가닥 안으로 색소가 침투하는 것이 아니라 머리카락 바깥에 그래핀을 코팅하는 방식이다.


원래 검은색을 띤 그래핀을 모발에 코팅하면 머릿결 손상을 막을 수 있으며, 전기가 통하는 물질이므로 모발 정전기 발생을 막을 수 있고 앞으로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에 응용될 수도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그래핀은 탄소 원자들이 벌집 모양의 매우 얇은 한 겹짜리 막을 형성하고 있는 구조로, 특이한 물성이 있어 신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노스웨스턴대 공대 재료과학부의 지아싱 황 교수 연구팀은 15일 이런 내용을 포함한 논문 '다기능 그래핀 모발염색체'(Multifunctional Graphene Hair Dye)를 셀(Cell) 그룹이 발간하는 화학 분야 학술지 '켐'(Chem)에 게재하고 온라인으로 공개했다.

연구진은 모발의 표피층을 손상하지 않고 그 위에 코팅하는 방식의 염색제를 개발했으며, 이를 30번 이상 씻어도 염색이 유지된다는 점을 보였다.

머리카락에 그래핀 코팅이 가능한 것은 매우 얇은 막 형태로 이뤄진 그래핀의 구조적 특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종이를 예로 들면, 넓이는 작고 두께는 두꺼운 종이 명함은 신축성이 없지만, 신문지처럼 넓고 두께가 얇으면 쉽게 말거나 구부릴 수 있다.

이 때문에 그래핀은 머리카락처럼 평평하지 않은 표면에도 코팅이 가능하다는 것이 황 교수의 설명이다.


게다가 그래핀 코팅이 머리카락에 일단 이뤄지면 물을 잘 흡수하지 않게 돼 염색 코팅이 잘 지워지지 않는다고 그는 덧붙였다.

황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그래핀 조각은 보통 염색제 분자와 달리 크기가 매우 크고 모공 등 피부로 흡수되지 않아 인체 유해성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검은색이고 고품질의 그래핀은 제조 단가가 매우 높지만, 고품질 그래핀을 만들기 전 단계인 산화 그래핀(graphene oxide)은 제조 단가가 훨씬 낮고, 열이나 화학반응을 통해 옅은 갈색부터 검은색까지 색깔을 조절할 수 있어 다양한 색깔의 염색제를 만들 수 있다.

황 교수는 "우리가 만든 염색제는 실생활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이 기술이 실생활에 응용될 것이라는 점을 낙관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래에는 이 염색제가 전기가 통하는 그래핀의 성질을 이용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도 있으며 웨어러블 전자기기 등에도 활용이 가능할 수 있으리라고 내다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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