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간판 불 끄고 뒷문 출입… 소주 한병 18달러

2018-03-15 (목) 12:00:00 심우성 기자
크게 작게

▶ 경비원 문전으로 바깥동태 보고

▶ 물병에 술 담아… 담배연기 자욱

최근 LA 한인타운에서 친구들을 만나 술자리를 가진 한인 이모(27)씨. 오랜만에 대학 시절 친구들과 함께 만난 자리가 길어지면서 시간이 자정을 넘겨 주점들이 문을 닫아야 하는 새벽 2시가 가까워오자 친구들이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자는 말에 이씨는 의아했다고 한다.

이씨가 친구들에게 “새벽 2시 이후에도 여는 술집이 있냐”고 묻자 친구들은 “한인타운에 사는 사람이면 다 아는 곳”이라며 택시를 불러 웨스턴가 선상의 한 업소로 향했다. 이씨가 도착해보니 이 업소의 주차장에는 차가 한 대도 없었고 간판의 불도 꺼져 있었는데, 친구들을 따라 업소 뒤쪽으로 돌아가보니 뒷문이 있었고 그 앞에 경비가 1명 서 있었다는 것이다.

이씨는 “경비가 우리에게 신분증을 요구한 뒤 무전기로 ‘인원 3명 도착’ ‘준비되면 문을 열어달라’고 말하자 곧바로 문이 열렸고 안으로 들어가니 이미 많은 손님들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며 “구조가 한번 들어가면 나가기 힘들고, 심지어 흡연까지 허용해 담배 연기가 자욱했다”고 심야 영업 업소의 상황을 전했다.


요식업소나 유흥업소의 주류 판매가 새벽 2시 이후에는 금지돼 있음에도 이처럼 눈을 속여가며 버젓이 밤새 술을 파는 등의 불법·편법 영업 행위가 한인타운 지역에서 암암리에 행해지고 있어 주와 시 당국의 단속을 무색케 하고 있다.

업계와 한인들에 따르면 주류 판매 규정 등을 무시하는 이같이 심야 영업은 한인타운 내 일부 식당과 주점 및 노래방 등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일부 업소들의 경우 심야 시간에는 술값을 평소보다 2배 넘게 받고 있고 특정 주류 등을 강요하는 등으로 운영되고 있어 눈쌀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씨는 “술병을 숨기기 위해 물병 안에 술을 나눠 담아서 가져다 주는데 소주 한 병에 18달러나 받더라”고 말했다.

심야 시간에 또 다른 한인 식당을 이용했다는 김모씨는 “물컵에다 술을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음악이 꺼지더니 종업원들이 급하게 술이 담긴 컵들을 치우고 계산서를 주더라”며 경찰의 순찰을 피하기 위한 것 같다고 전했다.

현재 캘리포니아 주법상 요식업소 등에서 새벽 2시에서 6시 사이에 주류를 판매하는 것은 불법으로, 한동안 한인타운에서 성행하던 이같은 심야 불법 영업이 주정부 주류통제국(ABC)과 LA경찰국 풍기단속반의 강력한 단속으로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일부 업소들에서 암암리에 행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ABC와 경찰은 ▲술 판매 시간 규정 위반은 물론 ▲미성년자 대상 주류 판매 ▲미성년자를 대신해 술을 사주는 행위 ▲면허 없이 술을 파는 행위 ▲만취 손님에게 계속 술을 마시도록 허용하는 행위 등을 단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규정 위반 업소가 적발될 경우 영업정지 등 처벌이 따르게 되며 3차례 이상 상습 위반 업소들에 대해서는 주류 면허 취소와 함께 최고 1,000달러까지의 벌금과 6개월 징역 등 형사처벌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심우성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