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변화를 위한 ‘미투’를 기대한다

2018-03-09 (금) 구성훈 부국장·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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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변해야 산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맞는 말이다.

세상이 워낙 빨리 변하고 있기 때문에 시대의 흐름에 빨리 적응해야 살아남는다는 취지다. 웬만한 사람은 이 말을 들었을 때 “그래, 빨리 변해야지”라는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변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가 않다. 오래 다닌 직장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도, 단단히 굳어져 버린 식습관 또는 버릇을 뜯어고치는 것도 힘들다. 변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 변할 수 있어’라는 생각부터 가져야 한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진정 더 나은 삶을 원한다면 ‘나’부터 바뀌어야 한다. 다른 사람을 바꾸려고 하면 충돌과 갈등을 겪는다. 차라리 내가 변하는 것이 빠르고 현명한 길이다.


자발적으로 변화를 택해 성공가도를 달리는 개인이나 기업의 스토리를 심심찮게 들려온다.

비디오게임 메이커로 유명한 일본 닌텐도 얘기를 잠깐 해 보자. 닌텐도는 아이폰의 출현으로 활짝 열린 모바일 시대에 적응하지 못해 지난 10여년간 쇠락의 길을 걸어왔다.

망하기 일보직전까지 갔던 닌텐도가 지금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닌텐도의 부활은 2017년 3월 출시한 새로운 개념의 게임 콘솔 ‘스위치’ 덕분이다. 스위치를 만들면서 닌텐도는 과감한 변화를 택했다. TV에 연결해 거실에서도 즐기고, 들고 다니면서 바깥에서도 즐기고, 침대 위에서도 게임을 즐기는 ‘가정용·휴대용·침대용’ 하이브리드 컨셉을 스위치에 적용해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 것. 스위치는 출시된 지 1년도 안돼 전 세계에서 1,700만대 이상이 판매됐고, 시사주간지 ‘타임’은 스위치를 ‘2017년 최고의 IT 기기’로 선정했다. 스위치는 지금도 곳곳에서 물건이 없어서 못팔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

1912년 4월 대서양을 가로질러 영국에서 뉴욕으로 오던 중 거대한 빙산과 충돌해 탑승자 1,500여명이 목숨을 잃은 ‘타이타닉’ 호는 선장과 많은 탑승자들이 변화를 거부해 비극적 최후를 맞은 케이스다. 선장은 ‘빙산과 충돌할 수도 있으니 항로를 수정하라’는 전보를 수차례 무시했고, 결국 빙산과 충돌한 후 배가 가라앉는 동안 많은 탑승자들은 구명보트로 옮겨 타라는 선장의 권고를 무시하고 타이타닉 호에 그대로 남았다가 배와 함께 수장되고 말았다. 구명보트에 탄 승객들은 모두 목숨을 건졌다. 조사 결과 몇백명이 더 보트에 탔어도 구조가 가능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LA 한인경제를 지탱하는 다운타운 의류도매업계는 지난달 ‘패션도미노’(fashiondomino.com) 라는 것을 런칭했다. 패션도미노란 검증된 바이어들과 소매업자들을 대상으로 의류, 액세서리, 가방, 화장품 등을 판매하는 온라인 B2B 사이트다.

의류업계가 절대적으로 의존해온 오프라인 매장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벗어나 온라인 시장 개척에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지난 2월 말 현재 70여 업체가 패션도미노에 입점했고, 의류업계는 향후 2년간 200개 업체의 입점과 연 매출 1억달러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한인 에드워드 김씨가 설립한 페이롤 소프트웨어 업체 ‘거스토’(Gusto) 역시 변화의 상징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여성 엔지니어가 단 1명뿐이었는데 지금은 70명 엔지니어 중 여성비율이 24%(17명)까지 상승했다. 김 설립자는 여성 엔지니어가 크게 늘어난 것에 대해 “다양성은 그 자체가 강력한 경쟁력으로 더 나은 제품을 만들 수 있게 해준다”고 여성 고용 증가 배경을 설명했다.


변화를 너무 거창한 것으로 받아들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두려움에 휩싸여 움츠러들게 된다. 사무실 벽을 새로운 컬러로 칠하는 것도, 식당이 새로운 메뉴를 선보이는 것도, 경제단체가 한뻔도 뽑지 않았던 인턴직원을 뽑는 것도 잔잔하면서도 긍정적인 변화들이다.

지금 세상이 ‘미투’ 운동으로 시끄럽다. 사회에 만연한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미투 운동도 중요하지만 변화를 위한 미투 운동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2018년이 한인 경제계에서 변화를 위한 미투 운동의 일어나는 원년이 되기를 기대한다.

<구성훈 부국장·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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