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 단일팀-미국대표로, 나란히 참가한 올림픽서
▶ 미 아이스하키 정상 등극, 온가족이 눈물의 환호성

22일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여자 아이스하키 결승에서 해나 브랜트가 뛴 미국이 캐나다를 꺾고 금메달을 따자 해나의 언니 박윤정(왼쪽 두 번째)을 비롯한 가족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박윤정(26·미국명 마리사 브랜트)·해나 브랜트(25) 자매의 영화 같은 스토리는 전 세계 사람들을 매료시키며 주목을 받았다.
한국에서 태어난 지 4개월 만에 미국으로 입양된 박윤정은 남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수비수로, 피 한 방울 안 섞인 동생 해나는 미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공격수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 무대를 함께 밟았다.
언니가 한반도기, 동생은 성조기를 달고서 서로 다른 국가를 대표해 이번 대회 여자 아이스하키를 수놓은 자매의 특별한 스토리는 이제 금메달까지 더해지며 ‘해피엔딩’이 됐다. 미국이 숙적 캐나다를 제치고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박윤정의 동생 해나도 감격의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이다.
해나는 결승전까지 포함해 5경기에서 20명의 스케이터 중 8번째로 긴 출전 시간(90분49초)을 소화하며 1골 1어시스트 활약으로 미국의 20년 만의 정상 등극에 힘을 보탰다.
해나는 아이스하키 명문인 미네소타대 2학년 시절,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박윤정은 그때 동생이 집으로 돌아와 펑펑 울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고 했다. 그런 아픔을 겪었기에 해나에게는 더욱 값진 금메달이었다.
그렉 브랜트(63)와 로빈 브랜트(61) 부부는 박윤정 입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해나를 임신한 것을 알았으나 입양을 그대로 진행했다. 부부는 박윤정과 해나를 쌍둥이처럼 차별 없이 키웠다. 자매는 춤, 피겨스케이팅, 체조에 이어 아이스하키까지 함께 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북미 여자 아이스하키 2부리그에 속한 구스타부스 아돌프스대학에서 4년 내내 선수로 뛴 박윤정은 한국대표팀 제의를 받았고, 2016년 국적을 회복해 태극마크를 달았다. 동생인 해나가 평창올림픽 미국 국가대표 최종 엔트리에 선발되면서 자매는 함께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박윤정은 동생을 위해 기도했다. 박윤정은 이날 결승전 직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동생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린 뒤 “여동생, 행운을 빈다. 금메달을 갖고 집으로 돌아가자”고 응원했다. 해나는 언니의 바람처럼 캐나다의 독주를 끝내고 금메달을 따냈다.
해나는 경기 뒤 인터뷰에서 “이 기쁨을 언니를 제외하고는 다른 누구와도 나누고 싶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