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의 의견-기쁘게 내려놓기

2018-02-22 (목) 12:00:00 정소영 / 검색엔진컨텐츠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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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상당 부분 자기 인생을 포기하며 아이와 가족을 채운다. 나의 하나는 아이에게 가고, 하나가 부족한 나는 그것을 더 받거나 만들거나 가져와야 한다. 아이가 어린 시절, 시댁과 친정의 도움을 받으며 조금씩 충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지인 중 몇은 아이를 낳을 때마다 시댁과 친정에서 릴레이 원정 육아를 와주신다. 6개월, 1년… 지칠 법도 하건만, 그분들은 이때까지 희생한 당신들의 인생을 조금 더 포기하고, 아픈 허리와 미국 땅의 적막함도 뒷전으로 손주를 돌보시며 자녀들이 좀 더 일하도록 멋지게 도우신다.

나는 그분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다짐한다. 나도 그런 엄마가 기꺼이 되어 주겠노라고. 발 벗고 뛰어야 할 이 시기의 너를 온전히 지지하기 위해 나는 그렇게 기쁘게 내 노년을 포기해주겠다고.


그러고 보면 자발적 포기는 아프지 않은 것 같다. “너 때문에”라는 수동적 포기는 그토록 마음이 상하지만, “너를 위해”라는 능동적 포기는 더 생동하는 것 같다. 선택의 문제가 아닌 그저 지나가야 하는 과정이라면 기쁘게 포기하고 협조하고 싶다.

막내 유빈군이 5살인 지금의 나는 앞으로도 포기해야 할 게 많음이 분명하지만 “너를 위해”를 기쁘게 선택하며, 내 인생 역시 조심스레 찾아 나가고 싶다.

<정소영 / 검색엔진컨텐츠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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