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의 의견-당황스런 친절

2018-02-06 (화) 12:00:00 박순자 / 글렌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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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 채 안 된 아기가 있는 딸과 함께 한인타운에 볼 일이 있어 다 같이 그곳에 나갔다. 일을 끝낸 딸이 오랜만에 나왔으니 짜장면을 먹고 싶은데 시간이 많지 않다고 해 아기를 스트롤러에 태우고 바로 음식이 나오는 근처의 몰로 들어갔다.

내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딸이 아기를 돌보느라 짜장면도 제대로 못 먹는 것을 경비원 아저씨가 보았던 것 같다. 딸에게 오더니 아기를 향해 ‘엄마 밥 먹게 할아버지랑 몰 한 바퀴 돌고 오자’하며 스트롤러를 잡으려 하더라는 것이다.

깜짝 놀란 딸이 ‘아니예요. 저 이제 다 먹었어요’ 하고 스트롤러 핸들을 얼른 잡았다고 한다. 딸은 몰을 벗어나자 ‘아기 엄마를 도와주려는 아저씨의 마음은 고맙지만 정말 당황스러웠다’며 다시 한 번 놀랐던 순간을 되새긴다.


그 분의 마음을 알기에 유괴 걱정은 하지 않았지만, 아이에게 세균이 감염될까봐 식당에서 메뉴 보고 나서도 꼭 손을 씻고 오는 유별난(?) 딸이니 놀랄 만도 하다.

몰을 나설 때 ‘잘 가라’고 인사하는 순진하고 착한 경비원 아저씨 옆을 지나며 ‘성격 이상한 사람 만나 친절 때문에 봉변당하는 일이 없어야 할 텐데..’ 하는 걱정이 드니, 이것도 본인이 들으면 당황스런 걱정일지.

<박순자 / 글렌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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