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단체들 쇄신하려면

2018-01-10 (수) 김철수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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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단체들이 내부적으로 분쟁을 벌여온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 LA 한인축제재단 이사회 내부에서 벌어진 분쟁은 너무 황당해서 연일 타운 인사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LA 한인사회의 주요 단체 중 하나인 축재재단 상황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이렇다. 지난해 11월 독단적인 재단 운영을 이유로 이사회에서 제명이 결정된 지미 이 회장이 3주만에 돌연 다시 이사직에 복귀했고, 그 사이 조갑제 이사장이 차기 회장으로 선출됐다가 다시 번복되면서 지미 이 회장이 회장직을 연임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40여 일 동안에 이처럼 코미디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서 연간 예산이 100만 달러에 달하는 한인 커뮤니티 비영리단체인 축제재단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에 떨어졌다.


물론 단체를 운영하다 보면 이사들 사이에 이견이 생기고 의견충돌이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오히려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축제재단의 해프닝은 정도가 심해도 너무 심했다. 한 이사의 경우 절차를 모두 무시한 채 이사회 하루 전날 이사장과 상의도 없이 안건을 고치는가 하면, 이사장 허락 없이 투표용지를 사전에 제작하기도 했다. 상식에서 벗어나는 이런 행태들이 드러나면서, 엄연히 정관과 규정이 있는 단체가 막무가내 식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이를 두고 축제재단 주변에서는 이사들 간 서로의 약점을 빌미로 협박이 오갔다는 해석이 나왔고, 이렇게 해서 벌어진 감투 싸움이 결국 돌려먹기 식으로 끝났다고 혀를 차는 분위기다.

이를 보면서 한인단체들의 고질적인 문제점들이 수십년째 해결되지 않고 되풀이 되고 있는 것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세상은 변하고 진화하지만 한인 커뮤니티 단체 내부의 감투 싸움만은 여전히 60·70년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 이유는 논란의 중심이 되어 온 구태 인물들이 여전히 버젓이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어느 한 단체만의 문제는 아니다. 몇 년째 법정싸움이 지속되다 겨우 합의를 한 한미동포재단 사태도 그렇고, 몇몇 단체의 경우는 운영진 위에서 군림하며 뒷조종을 하는 전직 회장 등 이른바 원로들의 행태에 대해서도 뒷말이 많다. 한인단체 뿐 아니라 한인 은행 등 기업들도 시스템이 아닌 일부 소수의 권력자들에 의해 조정되는 ‘리모콘식 경영’이 문제다.

한인사회 내부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이런 추태를 근절할 수 있는 해법은 무엇일까. 한 가지 확실한 방법은 한인사회에서 겉으로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며 뒤로는 자신의 명예욕이나 잇속 챙기기 행태를 버리는 것이다. 그래야만 말뜻 그대로 ‘쇄신’을 할 수 있는 물줄기가 트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김철수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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