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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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의 상처 치유해 가는 자연의 생명력에 경의를

2018-01-05 (금)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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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rawberry Peak (6164’)

화마의 상처 치유해 가는 자연의 생명력에 경의를

등산로 초입구간.

화마의 상처 치유해 가는 자연의 생명력에 경의를

등산중에 보이는 Strawberry Peak.


화마의 상처 치유해 가는 자연의 생명력에 경의를

등산로 입구.


오늘 안내할 산은 우리말로는 ‘딸기봉’이라 부를 수 있을 ‘Strawberry Peak’인데, 식물명을 산의 이름으로 채택한 많지 않은 경우라 하겠다. Strawberry Peak이라는 이름의 산이 남가주에는 2개가 있다. 샌버나디노 산맥에 있는 봉은 그 곳에 산딸기가 많이 자생하고 있다는 이유로, 또 오늘 소개하려는 샌게브리얼 산맥에 있는 봉은 그 생김새가 멀리서 보면 딸기를 닮았다고 하여,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샌게브리얼 산맥은 LA의 북쪽에 인접하여, 동서로 68마일, 남북으로 23마일에 걸쳐있는 동고서저 형국의 산악지역을 일컬음인데, 대체로 그 안에 있는 산들이 동서로 뻗어가는 여러겹의 줄기를 따라 군데군데 솟아나 있는 가운데, 오늘은 이 샌게브리얼 산맥의 앞줄기를 이루는 다수의 산들 가운데 가장 높은 산인 Strawberry Peak을 찾아간다.

샌게브리얼 산맥의 앞줄기(Front Range)라고 하면, LA County의 여러 도시지역에 제일 가깝게 동서로 뻗어있는 산줄기를 의미하며, Lukens, Josephine, Strawberry, Lawlor, Deception, Disappointment, San Gabriel, Markham, Lowe, Echo, Occidental, Wilson, Harvard, Yale, Hastings, Jones, Clamshell, Rankin, Monrovia 등의 숱한 봉우리들을 들 수 있을 것인데, 이 중에 Strawberry Peak이, 바로 인근의 San Gabriel Peak(6161’)을 불과 3’라는 아주 근소한 차이로 누르고, 부동의 제 1 고봉으로 우뚝 서있다.


Strawberry Peak을 오르는 루트는 3개가 있다.

SR-2의 Mile-marker 34.9 쯤에 있는 Colby Canyon Trailhead에서 시작하여 Josephine Saddle에 오른 후에 동쪽으로 산줄기를 타는, Strawberry Peak의 서쪽 능선을 오르는 것인데, 마지막 구간에서 Class 3 수준의 바위를 타야하므로, 위험이 따를 수 있어 권하고 싶지 않다.

가장 일반적으로는 Red Box Gap에 주차하고 Strawberry Peak Trail을 따라서 산행을 하는 루트인데, 가장 안전하고 전망도 좋으며, 왕복 6마일에 5시간이 걸리면서, 순등반고도가 1500’으로 크게 어렵지 않아, 오늘은 이 루트로의 산행을 안내한다.

마지막으로는, Angeles Forest Highway의 Mile-marker 8.2 지점에 있는 Colby Camp Road 로 들어가, 북쪽 Strawberry Peak Trailhead에서 시작하여 이 산의 북쪽 면을 오르는데, Mt. Lawlor와 Strawberry Peak 사이의 Saddle에 이른 후에는, Strawberry Peak의 동쪽 능선을 따라 정상에 오르는 루트로, 녹음이 짙은 숲길을 따라 오르는 청량함이 있으나, 등산로 입구까지의 접근성이 불편하고, 다른 루트에 비해 전망이 다소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가는 길

Fwy 210에서 SR-2 East로 나와서 14마일을 달리면 Red Box Gap(4600’)에 닿는다. Mile-marker 38.4 지점으로 이곳에 주차한다. 1908년경부터 이곳에 산불진화용 장비를 보관하는 붉은 색의 큰 박스를 비치하고 있기에 이런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이곳 Red Box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또는 자동차로 드라이브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게 되는 SR-2의 Main Hub인 셈인데, 이곳 주차장의 바로 서쪽에서 시작되는 계곡에 모이는 물은 Arroyo Seco의 시작점으로 Los Angeles River로 유입되어지고, San Gabriel Fault에 해당되는 남쪽의 함몰된 계곡으로 모이는 물은 West Fork의 시작점으로 종국엔 San Gabriel River로 유입되어지는, 두 강물의 분기점이기도 하다.

등산코스


Red Box 주차장의 북쪽 끝에서 SR-2 East로 50m쯤을 가면, 길 왼편으로 Strawberry Peak Trail 입구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얼굴이 떨어져 나간 채, 기둥 부분만으로 서있다.

북쪽을 향하여 나아가는 등산로는 걷기에 편한 완만한 경사의 흙길로, 왼쪽의 높지 않은 산줄기의 기슭을 따라 조성되어 있다. 여기 저기 검게 탄 채로 서있는 키 큰 관목들의 형해가, 새로 자라나는 풀들과 관목들의 머리위로 삐쭉 삐쭉 솟구쳐 있어, 아직은 2009년에 있었던 기록적인 산불의 상흔을 보여 주지만, 그래도 이제 거의 예전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어, 자연의 강력한 회복력을 다시 인식케 된다.

대략 20여분을 나아가면 완만한 산줄기를 동서로 내려뜨리며 우뚝 솟아있는 봉우리가 정면 가까이에 나타난다. Strawberry Peak의 동쪽 이웃인 Mt. Lawlor(5957’)이다. 여기에서 5분여를 더 가면 등산로가 왼쪽으로 굽었다가 다시 Mt. Lawlor 쪽으로 다가가게 되고, 다시 5분여를 나아가면 3거리가 나온다. Red Box에서 바로 산줄기로 올라서서 이어져 오는 길이 왼쪽에서 합류되어지는 것인데, 물론 우리는 직진한다.

여기서 부터는 길이 바로 북쪽에 있는 Mt. Lawlor의 서쪽 기슭을 굽이굽이 돌면서 아주 완만하게 펼쳐진다. 왼쪽으로는 발 아래로 구불구불 이어지는 Highway SR-2가 아득하게 보이며, 그 건너편으로는 Wilson, Occidental, San Gabriel, Disappointment, Deception 등의 봉우리들이 자못 험준한 산세를 자랑하고 있는 형국이다. 등산로는 Mt. Lawlor에서 서쪽으로 흘러내리는 산줄기의 기슭을 따라 나아간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키가 큰 나무들은 거의 없고, 주로 키가 낮은 Chaparral 덤불 숲 일색이다.

대략 1시간이 지나갈 무렵이 되면 서쪽으로 우뚝 솟은 봉우리, Strawberry Peak이 눈에 들어온다. 한동안 Mt. Lawlor에서 서쪽으로 흘러내리는 줄기의 남쪽 기슭을 굽이 돌던 등산로가, 이제 낮아진 산줄기의 위로 성큼 올라서게 된다. Strawberry Peak과 Mt. Lawlor가 동서로 이어지는 줄기의 Saddle(5200’)로서, 등산시작점에서 약 2.2마일을 온 지점으로, 여기까지는 대략 1시간 내외가 소요된다.

이 Saddle에 올라서고 나서야 비로소 북쪽으로 펼쳐져 있는 첩첩한 산줄기들을 볼 수 있는데, 그 중에 저 멀리 가장 높은 산은 Mt. Pacifico(7124’)이다.

이곳 Saddle에서는 길이 네 갈래로 나뉜다. 바로 오른쪽으로 급하게 꺾어지며 동쪽으로 발자취가 나있는 능선은 Mt. Lawlor로 올라가는 루트이며, 앞쪽에서 갈라지는 두 길은, 왼쪽은 Strawberry Peak으로 올라가는 루트이고, 오른쪽의 직진로는 Colby Canyon Trail과 만나게 되는 Strawberry Peak의 북쪽 코스로, 이웃 Josephine Peak으로 갈 수도 있고, Colby Camp & Retreat Center로 갈 수도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Strawberry Peak을 오르내리는 루트이며, 종국엔 Angeles Forest Highway의 Mile-marker 8.2마일 지점으로 연결되어지는, 나무그늘이 있는 아름다운 길이다.

우리는 서쪽의 Strawberry Peak으로 이어지는 왼쪽 길을 따라 올라 가는데, 그리 크진 않지만 그래도 10여개나 되는 돌출봉들을 통과하며 약 0.8마일의 거리에 1000’쯤의 고도를 올라가야 하므로, 사람에 따라서는 1시간 가까이 걸리기도 한다.

최정상은 여러 바윗돌들이 검게 타 숯이 되어진 작은 관목들 사이로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모습으로, 마치 적군의 무차별 공격으로 초토화된 방어진지를 연상시키는데, 그러나 눈을 들어보면 동서남북 사방의 전망은 참으로 장관이다. 동쪽으로는 Mt. Lawlor가 바로 지척으로 선명하고 그 너머로 Wilson, San Gabriel 등이 있고, 그 바로 왼쪽으로는 Mt. Baldy와 그 주변의 고산들을 식별할 수 있으며, 서쪽으로는 Josephine이 또한 가깝고 그 오른쪽 뒤로는 다소 황량한 모습의 Fox, Condor, Iron 등을 볼 수 있다.

남쪽으로는 Markham과 Deception에서 각기 뻗어내리는 낮은 능선들 너머로 태평양과 Catalina Island가 흐릿하지만 완연하게 그 존재를 드러내고, 북쪽으로는 벌집인양 빽빽한 만학천봉이 눈 아래로 넓게 펼쳐져 있다.

정상의 바윗돌들 사이에 정상등록부 통이 있다. 나름대로 힘들게 정상에 올라 빼어난 경개를 대하는 즉흥을, 방랑시인 김삿갓의 후예답게 한 마디 적어 볼만한데, 세종대왕의 어지신 뜻을 받들어 우리에게 익숙한 한글로 표현한다면 나름대로 더욱 가상한 일이 아니겠는가!

정진옥 310-259-6022

http://blog.daum.net/yosanyosooo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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