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해전망

2018-01-02 (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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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년, 1974년. 1989년. 혹은 2001년에 비교 될 수도 있다.” 이제 막 동이 텄다. 그 2018년은 어떤 해가 될 것인가. 이에 대해 워싱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전망이다.

1941년은 진주만기습의 해다. 1974년은 월남패망의 해. 1989년은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해이고 2001년은 9.11사태가 벌어진 해다.

좋은 의미든 그 반대든 대변란이 발생한 해, 다시 말해 ‘전 세계적으로 스테이터스 쿠오(status quo-현상)가 무너진 해’들이다. 2018년은 그런 해가 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것이다.

스테이터스 쿠오가 무너진다. 이와 함께 대변란이 예상된다. 그 우선의 진원지로 꼽히는 지역이 한반도다.


‘한반도의 2018년은 2017년의 되풀이가 될 것이다’- 내셔널 인터레스트의 해리 카지애니스의 전망이다. 싱크탱크 스트랫포도 비슷한 예상을 내놓고 있다.

‘북한은 또 다시 미사일발사 실험을 할 것이다. 핵실험도 감행한다. 그 때마다 미국은 대응방안을 놓고 부심한다….’ 데자뷔라고 할까. 여기까지는 2017년과 똑같은 상황이다.

그러다가 머지않은 시점, 그러니까 2018년의 어느 날. 미국은 양단간에 중차대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사태에 직면하게 된다. 미국본토를 사정거리에 둔 북한의 대륙간탄도탄ICBM)과 핵탄두 소형화가 완성 직전단계에 이르렀다. 핵 저지 ‘기회의 창’이 닫히고 있는 것이다.

그 상황에서 취할 한 옵션은 군사조치다. 다른 옵션은 봉쇄(containment)와 전쟁억지력(deterrence)강화를 통한 북한 관리다. 트럼프 행정부는 어느 쪽을 택할까.

관련해 일본의 니케이 아시안 리뷰는 뭔가 심상치 않은 중국내 분위기를 전했다. 북한과의 국경지대에 50만 명의 북한난민을 받아들일 수 있는 수용소 건설과 함께 이미 식량, 텐트 등의 비축을 시작했다는 거다.

무엇을 말하나. 중국은 2018년 들어 한반도의 스테이터스 쿠오가 무너진다는 판단 하에 그 구체적인 대비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한반도의 스테이터스 쿠오가 무너질 수 있다’- 다시 말해 전쟁이 날수도 있다. 그 불길한 경고는 미국에서도 잇달고 있다. ‘2018년은 한반도로서는 더 위험한 해가 될 것이다’- 애틀랜틱 카운슬의 전망이다. 포린 폴리시지의 경고는 더 섬뜩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최근 한 방송과의 대담에서 한반도에서 전쟁발발 가능성을 30%로 점쳤다. 그 전망을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폄하했다. 이와 함께 포린 폴리시는 ‘2018년은 제 2의 한국전쟁 발발 가능성이 큰 해로 이는 세계평화에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경고를 하고 있다.

무엇을 근거로 내린 경고인가. 트럼프 안보팀은 공석에서나 사석에서나 북한에 대한 군사조치 의사를 숨기지 않고 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은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다.

“김정은은 최악의 독재자다. 그런 김정은에게 클래식한 의미의 전쟁억지력은 통하지 않는다.” 맥매스터가 누차 해온 말이다. 그는 최근 CBS방송과의 대담에서 또 이렇게 말했다. “미국은 핵무장 북한과 공존할 수 없다.” 그러면서 또 다시 예방전쟁 주장을 펼친 것.

맥매스터 뿐이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 안보라인은 강경파가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거기다가 트럼프는 주로 강경파에게 귀를 기울이고 있다. 본인 자신도 트위터를 통해 쉴 새 없이 북한에 대한 호전적 수사를 구사하고 있다.

‘올해의 어느 시점에 트럼프의 그 계속적인 군사공격 위협은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다’- 말이 씨가 될 수 있다. 일종의 자기최면에 걸렸다고 할까. 그래서 더 위험하다는 것이 포린 폴리시의 진단이다.

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하는 것은 북한에 대한 ‘제한된 군사공격’(limited military strike)을 트럼프 보좌관들은 실현가능한 군사해법으로 간주하고 준비작업을 극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이 추가 ICBM 시험을 하기 직전 미사일발사대를 파괴하거나 미사일보관 무기고 등을 타깃으로 군사행동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제한된 군사공격, 일명 ‘코피 작전’의 논리는 이렇다. “극히 제한된 공격을 함으로써 미국은 확전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 그리고 김정은의 최우선 목표는 체제생존이므로 체제멸절 위험이 따르는 반격을 감히 하지 못할 것이다.”

맞는 주장일까. 환상이라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오히려 전쟁을 유발할 수 있다는 거다.

“군사적 옵션 수행에는 치러야할 대가가 너무 크다.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는 결국 ‘봉쇄와 억지력 강화’(궁극적으로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도 포함)라는 옵션을 취할 것이다.” 스트랫포의 예상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군사적 옵션, 예방적 타격 가능성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라는 진단도 겻들이고 있다.

‘코피 작전’ 같은 군사적 옵션수행은 언제든지 가능하고 이 같은 군사공격은 한국과 일본이 반대해도 미국이 독자적으로 감행할 수 있는 것으로 스트랫포는 내다보았다.

결론은 이렇게 요약된다. ‘이제 상황은 중국의 협력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북한 핵 위기의 외교적 해결 가능성이 사라져가면서 한반도는 극히 불안정한 봉쇄의 시기를 맞게 된다. 그리고 미국이 군사행동에 들어간다면 그 시기는 2018년의 어느 시점(빠르면 3개월 후)이 될 것이다….’

다른 말이 아니다. 2018년은 북한의 핵무장 의지와 이를 차단하려는 국제사회 사이의 물리적 갈등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지난 60여 년간 지켜져 온 스테이터스 쿠오가 무너져 내리는, 그런 결정적인 한 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막 시작된 무술(戊戌)년. 그 2018년, 올 한 해가 벌써부터 꽤나 길게 느껴진다.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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