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개발이냐, 보존이냐

2017-12-27 (수) 박주연 사회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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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LA 시청에서는 LA 한인타운에서 사실상 유일무이한 녹지공간인 윌셔 블러버드와 옥스포드 애비뉴 코너의 3700 윌셔 건물과 건물 앞 대형 잔 디광장을 역사적 랜드마크(역사 보존지)로 지정하는 안에 대한 최종 공청회가 한인 및 주민들의 관심 속에 실시됐다.

이번 공청회는 지난해 7월 잔디광장 부지 소유주인 미주 한인 최대 부동산 개발사 ‘제이미슨 서비스’가 36층 규모의 고층 주상복합 빌딩 신축 추진 개발 신청서를 LA시 도시개발국에 제출한 데 대해 인근 주민들이 반발하면서 비롯되었다. 주민들은 LA 한인타운 내 유일한 녹지공간인 이곳에 고층건물이 들어설 경우 주민들이 녹지를 이용할 권리를 침해당하고 주차문제와 더불어 교통체증 등 혼잡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이날 공청회는 시작되기 2시간 전부터 공청회장과 그 밖까지 몰려든 주민들로 붐비면서 윌셔 광장 개발 프로젝트와 관련해 한인 및 인근 주민들이 갖고 있는 관심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개발에 찬성하는 주민들과 반대하는 주민들은 각각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하는 문구가 담긴 티셔츠, 피켓 등을 내세우며 팽팽히 맞서 공청회장에서는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또 공청회장에서 발언에 나선 이들의 의견에 따라 야유와 박수 및 함성 등이 오가자 리차드 배런 문화유산위원회 의장은 이를 중단하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LA시에서도 가장 인구 밀집도가 높고 개발이 잘 돼 있는 윌셔가에서 시민들을 위한 쉼터이자 많은 커뮤니티 단합 행사가 이루어졌던 소중한 자산이 보존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발을 찬성하는 쪽은 LA시의 지리적 중심인 한인타운 내 사유지인 윌셔 광장을 적법한 절차를 거쳐 개발함으로써 한인타운에 많은 인구가 유입되고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LA시 문화유산위원회 5명의 커미셔너는 이날 주민들과 개발사 관계자 등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표결을 통해 윌셔 잔디광장을 역사 보존지로 지정하는 안을 찬성 4, 반대 1로 통과시켰다. 윌셔 광장 역사적 랜드마크 지정안은 내년 1월 LA 시의회 산하 토지계획사용위원회(PLUM)의 심의를 거친 뒤 2월 LA 시의회 전체회의에서 최종 지정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이제 최종 결정권은 LA시의회로 넘어갔다.

이처럼 찬반 양측이 자신들의 입장과 그 이유를 충분한 근거를 들어 피력했고, 시 문화유산위원회 커미셔너들 역시 이를 근거로 윌셔 잔디광장의 역사 보존지로서의 가치를 최종 인정했다. 이제는 시민들이 직접 뽑은 시의원들이 주민들이 원하는 바를 들어주고 판단 및 결정해 줄 차례만 남았다.

하지만 시 문화유산위원회의 랜드마크 지정에도 불구하고 이날 만난 다수의 시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공통적으로 시의원들과 개발사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을 수 있어 시의원들의 선택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한인타운이 LA라는 메가 도시에서 불고 있는 도심 개발붐의 중심부로 부상한 가운데 개발이냐, 보존이냐의 갈림길에서 시의회의 최종 결정이 어떻게 이뤄질 지 주목되고 있다.

<박주연 사회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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