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재판매 매물 대기기간 3.9개월 불과
▶ 베이비부머 주택소유주 대부분 집 팔 생각없어
지난 9월 재판매 주택 판매량이 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주택 매물이 심각하게 부족한 수준에도 거래량이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주택 구입 수요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택 매물 공급만 뒷받침된다면 판매량은 더욱 큰 폭으로 증가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매물 부족 현상은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주택 시장이 회복을 시작한 2012년부터 해마다 매물 부족난이 거듭되고 있다. 주택 시장의 가장 심각한 문제인 매물 부족 현상이 내년에는 제발 해결되기를 바라는 기대가 그 어느 해보다 높다. 온라인 금융 정보매체 ‘너드월렛’(Nerdwallet)이 전례 없는 주택 매물 부족난 원인을 파악해봤다.
■ 현재 매물수준 4개월이면 다 팔려
최근 몇 년간 주택 구입에 나섰던 바이어라면 주택 시장에 매물이 얼마나 없는지 실감했을 것이다. 극심한 매물 부족 현상은 최근 발표된 통계 자료를 통해서 잘 나타났다.
지난 10월 주택 시장에 나온 재판매 주택 매물의 시장 대기 기간은 약 3.9개월로 조사됐다. 이는 조사 당시 매물이 모두 판매되는데 걸리는 기간이 4개월도 채 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매물의 시장 대기 기간이 6개월 미만일 경우 매물 공급이 수요보다 낮은 상태임을 의미한다.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바이어들이 집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매물 부족 현상은 매물 가격대가 낮아질수록 더욱 심각해 젊은층이 주택 구입에 상당한 애를 먹고 있다.
부동산 시장 조사 기관 코어로직의 샘 카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매물 부족 현상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며 “특히 첫 주택 구입자들이 구입 가능한 가격대의 주택 매물은 거의 말라붙은 상태”라고 지난 11월1일 개최된 부동산 시장 심포지움에서 강조했다.
■ 베이비부머 세대, ‘집 왜 팔아?’
세대별로 베이비부머 세대(65세이상)의 주택 소유율이 가장 높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주택 소유율은 약 79%(연방 센서스국 통계)로 아랫세대(도표 참고)에 비해 월등히 높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약 4분의 3이상이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는 통계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보유한 주택이 매물로 조금만 풀리면 매물 부족 현상이 해결될 수 있지만 집을 팔 생각인 베이비부머 세대는 많지 않아 보인다.
온라인 부동산 업체 리얼터 닷컴이 올해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향후 12개월 내에 집을 처분할 생각이 없는 베이비부머는 약 85%로 거의 대다수를 차지했다. 밀레니엄 세대가 첫 주택 구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윗세대인 X 세대가 큰 집으로 옮기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니얼 해일 리얼터 닷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건강 상태가 전보다 훨씬 양호하고 기대 수명도 길어져 현재 보유중인 주택에서 머물러 사는 비율도 점점 높아지는 추세”라고 원인을 설명했다.
이전 세대에 비해 집을 처분하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훨씬 적어 매물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집을 처분하고 작은 집으로 이사하려고 해도 주택 가격이 너무 올라 작은 집 마저 구하기 힘든 실정이다. 따라서 긴급하게 주택을 처분해야 하는 이유가 없는 한 집을 팔 계획인 베이비부머 세대는 당분간 늘 지 않을 전망이다.
■ 몸집 커진 임대 주택 시장
집을 팔 마음이 없는 사람은 베이비부머 세대뿐만이 아니다. 주택 소유주중 매우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임대 주택 건물주중에서도 보유 주택을 매매로 전환할 계획은 높지 않다.
임대 주택 소유주 비율이 급격히 상승한 시기는 주택 시장 침체 발생 직후다. 주택 시장 침체 결과로 발생한 대규모 차압 사태 이후 수백만 채의 주택이 부동산 투자자들의 손으로 넘어갔다. 당시 투자자들은 헐값에 구입한 급매성 매물을 대부분 임대 매물로 전환해 현재까지 임대 수익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연방센서스국 자료에 따르면 2005년과 2015년 10년 사이 소유주가 거주하는 단독 주택 숫자는 무려 약 17만 채나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임대용 주택으로 전환된 단독 주택 숫자는 약 370만채로 이 기간 중 매매용 주택 매물이 얼마나 감소했는지 잘 보여준다.
또 연방센서스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세입자 가구 비율은 전체중 약 36%로 2005년(약 31%)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집값 및 임대료 상승세가 멈추지 않는 한 부동산 투자자들의 임대용 주택 보유율도 떨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 이자율이 너무 낮은 것도 문제
지난 몇 년간 모기지 이자율이 오를 것이라는 예측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아직까지 본격적인 이자율 상승세는 없었지만 올해 역시 내년 이자율이 오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자율이 오를 것으로 예측되면 주택을 내놓는 주택 소유주들의 숫자는 감소하게 된다. 최근 몇 년간 주택을 구입한 소유주들은 사상 최저 수준의 이자율을 적용받은 경우가 많다.
만약 시중 이자율이 오르게 되면 새 주택 구입시 높은 이자율을 감수하면서까지 현재 보유 주택을 팔려는 소유주는 줄 수밖에 없다.
연방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발급된 주택 모기지의 평균 이자율은 약 3.8%로 사상 최저 수준이다. 만약 이자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면 몰라도 오를 것으로 전망되는 한 매물 부족 현상도 해결되기 힘들 것으로 우려된다.
프랭크 노태프트 코어로직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만약 모기지 이자율이 본격적으로 오르면 이미 매우 낮은 수준의 주택 매물이 더욱 감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수요와 따로 가는 신규 주택 가격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판매된 신규 주택은 약 47만 채에 달한다. (연방 센서스국)
이 기간 동안 판매된 신규 주택중 약 55% 이상은 30만달러가 넘는 주택으로 첫 주택 구입자들이 감당하기 힘든 가격대가 대부분이었다. 현재 매물 부족 현상이 가장 심각한 가격대는 주로 저가대 주택인데 건설 업체들의 저가 주택 공급 제한 정책도 매물 부족 현상의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건설업계는 건축 비용 증가로 수익이 적은 저가대 신규주택 건설을 늘리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주택 건설용 부지가격 상승과 숙련된 건설 기술자 부족으로 건설업계 역시 그동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 대침체 기간 동안 숙련 기술자들이 건설현장을 대거 떠났고 빈자리를 채워줄 젊은 숙련 기술자들이 현재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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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