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상대가 불쾌하면 성희롱이다

2017-12-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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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개월 미국사회가 대 격변을 겪고 있다. 성희롱, 성추행, 성폭력 피해여성들이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고 ‘미 투’ 폭로 대열에 동참하면서 할리웃, 미디어, 정계, 기업 등 각계의 저명인사들이 줄줄이 추락하고 있다. 12일 뉴욕타임스는 봇물처럼 터진 성추행 고발들로 이제까지 42명이 해고되거나 사임했고, 24명이 조사를 받고 있다며 명단을 공개했다. 조직 내 권력을 이용해 부하직원을 성적으로 희롱하고 괴롭히는 행동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확고해졌다.

미국사회의 ‘미 투’ 소용돌이 한편에서 한인사회는 아직 잠잠하다. 성희롱 성추행 문제가 없어서 조용한 것은 아닐 것이다. 피해를 당하면서도 가해 상사의 보복, 그로인한 직장 내 따돌림이나 실직 위험, 커리어에 미칠 악영향 등이 두려워서 입을 열지 못하는 여성들이 한인사회라고 없을 리가 없다. 어느 한 여성이 용기를 내서 피해사실을 공개한다면 이를 격려하고 지지하는 움직임이 한인사회에서도 마땅히 일어나야 할 것이다.

그런 한편으로 필요한 것은 성희롱에 대한 바른 인식이다. 나쁜 의도 없이 단순히 인식 부족으로 성희롱 사태에 휘말린다면 그것이 누구이든 안타까운 일이다. 이를 피하는 길은 첫째도 둘째도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직위, 나이 등으로 상대방이 ‘을’이어서 불쾌해도 불쾌하다고 말할 수 없는 경우, 문제의 소지가 있는 어떤 언행도 금물이다. 외설적 농담을 하거나 딸 같다며 쓰다듬어 주는 행동 따위는 명백한 성희롱이다.


연말이 되어 회식자리가 잦다. 한인 직장문화에서 회식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직장 동료들 간 우의를 돈독히 해서 업무 효율성도 높이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성희롱 성추행의 온상이 바로 이들 회식자리라는 점 또한 명심할 필요가 있다. 적당히 풀어진 분위기에 술이 들어가면서 농담이 진해지고 도를 넘는 신체접촉이 일어난다. ‘술김에~’ 한 행동으로 과거에는 넘어갔지만 더 이상은 아니다.

직장, 단체 등 상하 권력구도가 있는 모든 환경에서 성희롱은 일어날 수 있다. 일단 문제가 터지면 당사자는 물론 조직이 치러야할 대가가 엄청나다. 직장이나 단체 단위 성희롱 예방교육을 철저히 하고, 피해 보고가 있을 경우 신속히 그리고 진지하게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인사회가 소송 봇물에 휘말리기 전에 성희롱 문제에 현명하게 대처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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