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선기부도 꼼꼼히 따져보자

2017-12-13 (수) 김상목 정책사회팀장 부국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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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이웃을 돌아보게 되는 계절이다. 이웃을 돕는데 시기가 따라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연말이면 이웃을 돌아보는 것이 이제는 하나의 관습이 됐다. 죽음을 앞 둔 인생의 끝자락에서 서게 되면 세 가지 후회를 하게 된다고 한다. 왜 더 남에게 더 베풀고 살지 못했을까, 그때 왜 조금 더 참지 못했을까, 무엇이 그리 바쁘다고 하고 싶었던 그 일은 하지 못했던 것일까. 한 해의 끝자락에서 미뤄 둔 숙제를 서둘러 마치듯이 자선이나 기부를 하는 것도, 해 가기 전에 이런 마음의 짐을 덜려는 심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거나 공익이나 봉사를 위한 명분으로 대가 없이 하는 기부지만 기부자에게도 책임이 따른다. 자신이 낸 기부금이 쓰여야 할 곳에 제대로 쓰이는 지 지켜보는 최소한의 관심이 필요하다. 엉뚱하게 기부금이 자선단체나 봉사단체 직원의 배를 불리는데 사용되지는 않는지, 어려운 이를 돕는데 사용되지 않고, 흥청망청 쓰는 단체는 아닌지 신중하게 기부처를 선택해야 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이웃을 돕고 싶어 하지만 선뜻 기부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신뢰할만한 기부처를 찾기 어렵다는 점을 이유로 꼽기도 했다.

비영리 자선단체 평가기관 ‘채러티 내비게이터’(Charity Navigator)는 자선모금액의 33%를 이상을 인건비나 행정비 등 간접비용을 지출하는 자선단체는 본연의 사명을 다하지 못하는 곳일 수 있어 기부처를 찾는 자선기부자들은 이 점에 유념하라고 지적한다.


가장 큰 비영리자선단체로 꼽히는 ‘미국 적십자사’의 사례는 인건비가 단체 수입의 절반에 가까운 한인 비영리단체들에게는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연간 29억달러에 달하는 자선기금을 모금하는 방대한 규모의 적십자사지만 전체 모금액의 92.1%를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돕는 본연의 목적을 위해 사용하며, 인건비 등 간접비용 지출은 5%에도 미치지 않는다.

반면, 기부금 등 전체 수입의 절반 가까운 예산을 인건비에 지출하는 여러 한인 비영리단체들의 현실은 기부자들의 ‘선한 의지’에 생채기를 낸다. 기부금의 상당액이 봉사나 자선 목적 보다 직원 인건비나 행정비용 등으로 줄줄 새고 있는 것이 한인 단체들의 현실이다. 자선 모금액이나 예산 규모에 걸맞지 않게 턱 없이 높은 일부 한인단체 대표들의 높은 연봉도 기부를 주저하게 만든다. 대표 한 사람이 전체 인건비의 20%에 달하는 고액 연봉을 챙기는 단체에 어떤 기부자가 선뜻 ‘이웃을 위한 자선’이라며 기부할 수 있겠는가?

연 29억달러의 기부금을 모으는 적십자사 총재가 받는 연봉은 55만달러다. 적지 않은 액수지만 예산규모에 비추어보면 연간 모금액이 1,00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일부 한인 봉사단체 대표의 연봉과 큰 차이가 없다.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또는 공익과 봉사를 위한 자선기부자라면 돈을 먼저 꺼내기에 앞서 기부금이 소중하게 사용하는 제대로 된 단체인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김상목 정책사회팀장 부국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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