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연말을 맞는 감회

2017-11-25 (토) 김덕환 실리콘밸리 부동산 중개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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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감사절도 지나 본격 흘러나오기 시작한 캐럴을 즐기며 행복에 젖어야할 요즈음이지만, 고국의 포항 발 강진 피해 보도도 있었고.. 여하튼 마음이 가볍지 않다. 이만하면 됐어, 건강히 한해를 보냈으면 됐지 …하며 콧노래를 흥얼거려야 하겠지만 마음 한 켠이 약간 가라앉아 있다.

풍성한 감사와 축제 분위기의 송년시즌을 맞아 사람들은 저마다 들뜬 듯, 발걸음도 빨라지고 조급해 지나보다. 만인의 간식인 바나나랑 던지니스 크랩이랑, 일주일에 한두번 한입에 털어 넣으면 뱃속 저 아래 진앙에서 부터 진도 5.4의 체진이 온몸으로 짜릿하게 퍼져나가는 알콜 41도의 절친(?) 보드카도 한 병 살겸, 무엇보다 시중 주유소보다 확실히 싼 개스도 넣을 겸 코스코로 차를 몰았다.

정체 중인 계약 건이 무척 궁금할 때도, 나는 고객들을 전화로 귀찮게 하는 대신 코스코 매장을 거닐며 생각에 잠긴 채 이런 저런 눈요기를 하면서 마음을 다스린다. 1회 충전에 사용 5시간 제한이 조금 아쉬울 뿐, 음질도 디자인도 나무랄 데 없는 블루투스 헤드셋을 통해 전화상담도 척척 할 수 있으니 코스코 샤핑은 이래저래 참 괜찮은 나만의 달콤한 기분전환이다.


주차장에 들어가니 연말 샤핑객들의 폭주로 주차공간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몇 바퀴를 돌다 지친 나는 차라리 나가는 차량을 기다리기로 하고는 짐을 거의 다 실은 차를 겨냥하며 깜박이를 켜고 기다렸다. 그런데, 이게 웬일. 아이들을 한차 가득 태우고 늦게 진입한 차량이 분명히 내가 기다리고 있는걸 알면서도 더 바싹 차를 대더니 그대로 새치기를 하는 게 아닌가.

부르르..… 나는 조건반사적으로 경적을 울린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좀체 망가지지 않지만 이렇게 안하무인인 때는 참기가 어렵다. 얌체 같은 짓을 하면 욕을 먹게 된다는 교훈은 받고 가야 상대방이 다음부터는 문명인의 대열에서 이탈하지 않으려 노력하지 않을까.

샤핑을 마친 후 정다운 친구이자 명석한 동생 같은 카이저 병원의 중국계 주치의 닥터 콴으로 부터 받은 메시지를 떠올리고는 구글 본사가 있는 마운틴 뷰 다운타운의 병원으로 차를 몬다.

‘가는 세월 그 누구가 막을 수가 있나요~’ 라는 노랫말처럼 평생의 생활습관인 주중 수영과 주말 장거리 달리기 덕분에 상당히 단련된 몸매와 체력을 보유하고 있는 나에게도 불청객인 노화의 진행에는 어쩔 도리가 없는가 보다.

돋보기를 안 써도 웬만한 작은 글자는 불편 없이 읽을 정도로 건강을 자신해 왔는데, 어느 틈에 혈압이라는 복병이 찾아와 슬슬 부하가 걸리는 느낌이다. 생전 처음 혈압약을 처방 받고 복용한지 벌써 두 달이 되었기에 계속해서 먹어야 하는지 문의를 했더니 병원 보안메일 시스템으로 닥터 콴이 답장을 보내온 것이다.

체중을 5파운드만 더 줄였더라면 몰라도 일단 연말까지 남은 한달반 약을 더 복용해 보고 나서 정초에 혈압을 체크해 보고 다시 결정하자는 조언이다.

연초 무료 소다 서비스가 없는 곳으로 사무실을 옮긴 뒤, 하루에 4캔씩이나 넋을 놓고 먹던 시원하고 맛있는 콜라를 끊은 지 10개월 만에 어쨌든 10파운드를 줄일 수 있었다. 친절한 무료 서비스가 내 몸에는 반드시 이롭지만은 않은 것이다.

앞으로 5파운드를 더 줄이려면, 마지막 남은 나쁜 습관인 심야에 먹는 매운 라면 중독의 사슬을 끊어야 한다. 라면스프에 하루 권장량 이상의 많은 양이 들어있다는 나트륨은 혈관 내로 수분을 많이 흡수시키는 부작용을 한다고 한다. 이는 단위 시간당 혈류량 증가로 이어져 심장박동과 신장 등 장기에 무리를 주는, 즉 혈압 상승의 주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파란만장했던 2017년도 이제 한 달 남짓 남았다. 최악의 지진피해를 입고 공포와 불안에 떨고 있을 포항의 동포 여러분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과 함께 따뜻한 세모 인사를 전하고 싶다.

<김덕환 실리콘밸리 부동산 중개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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