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LA 다운타운 즐겨보세요

2017-11-24 (금) 이해광 부국장·특집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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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타주나 한국에서 친지나 친구가 찾아오면 나는 LA 다운타운에 데리고 간다. 집에서 가까워 트래픽 걱정을 덜 수 있어서도 그렇지만 어느 곳보다 볼 곳도 먹을 곳도 즐길 것도 많은 핫 플레이스이기 때문이다.

코스는 대개 이렇다. 우선 그랜드 애비뉴에서 내린다. LA필하모닉 공연장 디즈니홀과 감각적인 외관이 돋보이는 현대미술관(MOCA), 보는 것만으로 이채로운 브로드 뮤지엄 등이 이곳에 있어서다. 다운타운 문화 중심지답다. 한국에서 온 친구는 “LA 다운타운하면 지저분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마치 강남의 한 부분을 옮겨놓은 듯 깔끔하고 세련됐다”며 즐거워한다.

다운타운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그랜드센트럴 마켓’도 꼭 들른다. 남대문시장 같은 재리시장 정취가 물씬 나는데 100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미식가들 사이에서 잘 알려진 맛집을 탐방하면 딱 좋다.


다음 목적지는 7가 메트로 지하철역 주변이다. 다운타운의 대표적 샤핑가다. 피게로아와 7가 코너 ‘픽 앳 세븐스’ 몰에는 노스트롬 랙을 비롯 자라, H&M 등 특히 여성들이 좋아하는 패션샵들이 반긴다. 한 블록 동쪽 아웃도어 스타일 샤핑몰 ‘더 블록’도 조금씩 뜨고 있다. 메이시스 백화점 등이 입점했는데 LA에서는 보기 드물게 지하철역과 바로 연결된다.

어둑해질 무렵이면 지근거리의 LA 최고층 랜드마크 윌셔그랜드센터로 발길을 옮긴다. 73층 꼭대기의 ‘스파이어 73’이라는 루프탑 바를 가기 위해서다. 연인이나 친구와 함께 칵테일 한 잔을 마시며 바라보는 야경이 너무 아름다워 색다른 감동을 주는데다 한국 대기업의 빌딩이라는 사실도 자랑스럽다. 가성비 면에서 매력적이고 꽤 괜찮다.

이렇게 돌아다니면 반나절 ‘접대 코스’로는 완벽하다. 물론 다운타운의 진면목을 모두 본 것은 아니다. ‘강추’하고 싶은 곳이 아직 많은데 그중 리틀 도쿄 인근 아트디스트릭을 빼놓을 수 없다. 허름하고 낡은 공장들을 리모델링해 유닉한 브루어리나 카페, 레스토랑, 커피샵 등으로 바꾸어 놓았는데 LA의 힙하고 쿨한 사람들은 다 모이는 곳이다. 뉴욕 브루클린의 핫 스팟 윌리엄스 버그 비슷한 분위기라는 게 이곳을 찾은 뉴요커들의 소감이다.

이뿐이랴. 아트 디스트릭과 달리 모던하고 세련된 거리를 원한다면 LA 라이브로 가보자. ‘LA의 타임스퀘어’를 기치로 내건 만큼 아주 도회적이다. 스테이플스센터와 마이크로소프트극장, 그래미 뮤지엄 등과 리츠칼튼호텔, 시네마 등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LA 라이브를 거닐다 보면 젊음이 발산하는 열기와 낭만이 한껏 느껴진다.

다운타운이 지금처럼 ‘핫 플레이스’로 부상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여년 전만 해도 해가 지면 불빛이 사라지는 ‘고스트타운’이라는 오명이 따라 다녔었다. 1990년대 초 뉴욕에서 LA로 이주하면서 마주했던 황량하고 초라하기 그지없던 모습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이다.

10여년 전 낡은 오피스 빌딩이나 공장 등의 콘도나 아파트 전환을 허용하는 조례가 제정되면서 다운타운은 개발에 시동이 걸렸다. 이후 중국 등 해외 자본이 대거 유입되면서 붐 타운 열풍은 멈추지 않고 있다.

다운타운의 현재와 미래가 모두 장밋빛만은 아닐 것이다. 우선 대규모 프로젝트 신축 러시가 상권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판단 할 수 있겠지만 ‘공급 초과’를 야기한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실제 다운타운 아파트의 최근 공실률은 12%에 달해 20년래 최고 수준이다.


부동산업체들에 따르면 약 2만1,000여개의 유닛 중 2,000개 정도가 비어있다고 한다. 오피스나 리테일 공간들도 기대와 달리 입주자를 찾지 못해 애를 태우는 곳이 적지 않다. 여기다 남가주의 여느 지역과 마찬가지로 극심한 트래픽, 부족한 대중교통 인프라는 아쉽다. 또 최근 치솟고 있는 범죄율은 문젯거리다.

하지만 이런 저런 상황 속에서도 분명한 것은 다운타운은 명실공이 LA를 대표하는 도심 속 핫플레이스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냥 부럽기만 했던 뉴욕이나 시카고 같은 다른 대도시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다운타운의 면모를 갖춰가는 중이다.

“LA 다운타운 어디까지 가보셨어요?” 할러데이 시즌이다.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LA 다운타운을 제대로 만끽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해광 부국장·특집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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