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의 의견-가슴에 꽂힌 한마디

2017-11-20 (월) 12:00:00 아리엘 송 / 자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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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학에 다닐 때는 학생들이 술도 많이 마시고 잘 놀았던 것 같다. 어수선한 시절이었지만 대학생활의 낭만도 있었다.

그때는 아르바이트 자리가 거의 없었다. 학교 다니며 용돈을 번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돈 벌 곳은 없고, 돈 쓸 곳은 많은 대학생활을 해야 했으니, 전적으로 아버지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1남 5녀가 거의 같은 시기에 학교를 다니고 있었으니 아버지는 평생 “아버지 돈 주세요” 하는 자식들의 채근에 정신이 없으셨다.

그나마 나는 언니들이 교육을 마쳤을 때 대학을 다녔기에 아버지가 돈 때문에 숨이 막힐 때는 아니었다.


”과 회식해야 돼요” “엠티 가야 돼요” “친구들하고 놀러가요” “책값 주세요” 하며 수시로 “아버지, 돈 주세요”를 외쳤다. 아버지는 그때마다 아무 말없이 돈을 주셨다. 그러던 어느 날 또 “아버지 돈이 필요해요” 하니 아버지는 호주머니에서 돈을 찾으시다, 물끄러미 나를 보시며 한마디 하셨다.

“그래, 아버지는 돈만 주는 사람이니?” 그 한마디에 쥐구멍을 찾고 싶었다. 말이 없으셨지만, 생각이 깊은 아버지는 딸에 대한 서운함을 그렇게 한마디로 하셨던 것이다.

부모와 자녀의 사랑도 기브 & 테이크인데 나는 너무나 받기만 했었다. 아버지의 그 한마디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마음에 꽂힌 바늘처럼 따끔거린다.

“아버지 죄송해요. 제가 철이 없었네요, 아버지가 살아 계신다면 아버지가 주신 용돈, 사랑 그 모든 것을 두배로 드리고 싶어요. 아버지, 감사하고 죄송해요.”

<아리엘 송 / 자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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