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법칙이랄까, 순리라고나 할까. ‘회자’가 있으면 또한 ‘정리’가 있게 마련임은 누구나 겪으며 알고 있다. 이별이란 게 얼마나 가슴 아픈가는 수없이 많은 사례가 증명해주고 있다. 집에서 기르던 고양이의 죽음, 화장 후 집 뒷마당에 장사지내 주고는 너무 이별의 아픔이 심해 다시 기르자고 하던 아내를 설득, 다시는 생명 있는 애완동물은 아예 들이지 말기로 했다.

가족, 그리고 지인들과 생명 있는 짐승은 말할 것 없이 애지중지하던 물건들의 상실에 따른 허탈감도 만만치 않다. 최근 13년간 애지중지하며 타고 다니던 조그마한 미니 쿠퍼 자동차가 두 번의 가벼운 접촉 사고 끝에 폐차 처분을 받았다. 그런데 그렇게도 서운하고, 차에 대해 미안할 수 없었다. 모델 출시 첫해에 구입하기도 했지만 13년 동안 6만마일밖에 안 탔으니 얼마나 애지중지하며 탔는지 알 수 있다.

불가에서 만남은 결코 우연이 아니며 단 한 번의 스쳐감도 수만 번의 인연의 결과라 하지 않던가! 정든 애완동물과 물건들이 이러할 진데 싫든 좋든 인연을 맺는 수많은 사람들은 어떻겠는가. 이왕이면 만남의 인연을 크나 큰 축복으로 여기고 이런 인연들을 좀 더 승화된 아름다운 관계로 변형시키며 살아가면 어떨까 싶다.

어차피 만나면 이별이 있게 마련이니 만나 함께 인연을 엮어가는 동안 아름다운 이야기와 추억들로 가득 채우는 현명함을 보였으면 한다.

<문성길 / 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