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의 의견-추억이 담긴 음식

2017-11-01 (수) 12:00:00 정미현 / 머시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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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 가족과 함께 밥을 먹을 때다. 그래서인지 딸 해나와 한국음식을 먹을 때는 항상 좋은 추억을 만들려고 더 노력을 하게 된다. 친지들과 문화에 대해 얘기하다 보면 항상 나오는 주제가 음식이다. 가족들이 즐겨먹던 음식, 할머니, 어머니가 해 주시던 그리운 음식, 또 몸이 아플 때나, 특별한 행사 때 먹는 음식도 그 문화에 따라 다양하다.

미국에서 일상생활에 접하는 음식만큼이나 다문화 다민족 사회를 더 잘 반영하는 것은 없는 것 같다. 다른 문화권 사람들은 김치 이야기를 많이 한다. 자연히 김치를 좋아하는 사람들과는 공감대가 쉽게 만들어 지는 것 같다. 마치 나의 문화를 이해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음식은 문화의 일부이기도 하지만 개인과 민족의 정체성이기도 하며, 특히 다문화 가정에서의 음식은 언어만큼이나 그 가족의 문화적 정체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든다.


몇 년 전 어머니께서 우편으로 마른 멸치와 딸이 입을 재킷을 보내 주셨는데, 강한 멸치 냄새가 재킷에 배어서 냄새가 제거된 후 입히려고 따로 둔 적이 있었다. 며칠이 지난 뒤 해나가 그 재킷을 꺼내 달라고 했는데, 이유가 그 냄새를 맡으면 한국에 있는 할머니 생각이 나서 좋다는 것이었다. 그 보라색 재킷을 3년 동안 늦가을에 꺼내 입을 때마다 아직까지 냄새가 난다고 하며 행복해 하던 해나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음식은 이렇게 나의 가족에게는 한국 문화를 배우고 지켜나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추억이 담긴 음식은 잊혀질 수가 없다.

<정미현 / 머시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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